비트멕스(BitMEX)가 오는 9월 영구 폐쇄를 발표하며 ‘크립토 거래소 시대’의 한 축이 막을 내린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성장 모델이 흔들리는 가운데, 거래소 업계 전반에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도입부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 비트멕스를 포함해 최소 4개 이상의 암호화폐 기업이 폐쇄 또는 파산을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거래소 비트마트(BitMart)는 사용자들에게 30일 내 거래 종료, 6개월 내 자산 인출을 통보했으며, 일부 이용자들은 출금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폐쇄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특히 개인투자자 거래 감소와 규제 강화, 자금 흐름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중소 거래소의 생존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량은 최근 2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6년 4월 기준 주요 거래소 현물 거래량은 약 1조500억 달러 수준으로, 25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국가별 감소폭도 크다. 우블록체인의 콜린 우에 따르면 한국 상위 5개 거래소 거래량은 무려 88% 급감했다. 개인투자자 참여가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애드루넘 공동 창업자 제이슨 페르난데스(Jason Fernandes)는 “더 이상 충분한 거래량이 없다”며 “텔레그램 커뮤니티조차 활동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과 같은 개인투자자 유입은 단기간 내 재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MiCA(암호자산시장규제)’와 같은 제도는 거래소 운영 비용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OKX 유럽 CEO 에랄드 고스(Erald Ghoos)는 “EU 내 3000개 이상의 가상자산사업자 중 약 20%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마이클 반 데 포페(Michael Van De Poppe)는 “대형 거래소만이 규제를 감당할 수 있다”며 “소규모 거래소는 인수되거나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비트멕스 역시 과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법무부 제재를 받으며 약 1억 달러(약 1,461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이 있었지만, 장기간 소송 여파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트멕스는 현재 고객 자산을 부당하게 보유하고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추가 소송에 직면해 있다. 약 622 BTC, 한화 약 405억 원 규모의 담보 자산이 문제로 지목됐다.
지니어스 CTO 사무엘 비도(Samuel Videau)는 “문제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불투명한 구조’ 자체”라며 “이제 투자자들은 더 이상 ‘블랙박스’에 자산을 맡기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멕스 폐쇄에도 전체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비트멕스가 2016년 처음 도입한 ‘무기한 선물’은 현재 바이낸스, OKX, CME 등 주요 플랫폼에서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게이트(Gate) 임원 에드윈 청(Edwin Cheung)은 “이탈한 거래량은 결국 대형 플랫폼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시장 자체는 더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연쇄 폐쇄는 단순한 ‘침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에 가깝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고레버리지 거래 시대는 저물고, 규제 준수와 기관 자금, 그리고 신뢰 확보가 거래소 생존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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