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노동시간 절감 효과 연 2.7조달러 추정

| 김하린 기자

AI가 업무 현장에서 줄인 노동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한 규모가 연간 2조7000억 달러(약 3756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간 절감 효과가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을 넘어 사무·교육·영업 업무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철 유팅 판(Rachel Yuting Fan) 연구자와 하민 응우옌(Ha Minh Nguyen)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IMF 워킹페이퍼 ‘Aggregate Gains from AI and Their Distribution’에서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공개된 앤트로픽 이코노믹 인덱스 5개 차수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클로드(Claude) 대화 기록을 직업별 업무와 연결하고, 국제노동기구(ILO) 임금 자료를 적용해 노동비용 등가치(LCE)를 산출했다.

연구 대상은 임금과 고용 자료를 비교할 수 있는 86개국이다. 연구진은 AI가 현재 절약하는 시간을 각국 임금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LCE가 연간 2조7000억 달러로 추정됐고, 이는 조사 대상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3.4%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직전 추정치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다. 6개월 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LCE는 1조2000억 달러(약 1669조원)였고, 이번 추정치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이 수치는 GDP 증가분을 뜻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LCE를 AI 사용이 시사하는 생산성 가치의 지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시간이 줄어든 뒤 실제 산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기업과 노동시장이 어떻게 조정됐는지는 별도 가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LCE는 AI가 줄인 시간을 임금으로 환산한 값이다. 같은 한 시간이 절약돼도 임금 수준이 높은 국가와 직군에서는 비용 환산액이 더 크게 잡힌다. 이 때문에 LCE는 생산성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기업 이익이나 국민소득 증가와 같은 회계상 성과로 바로 읽기는 어렵다.

확산 양상도 달라졌다. 초기 AI 사용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집중됐지만 이후 교육, 사무, 영업 업무로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AI 사용량으로 가중한 평균 임금은 13개월 동안 5.5% 낮아졌다.

평균 임금이 낮아졌는데도 전체 노동비용 환산 규모는 커졌다. 연구진은 저임금 직종일수록 고용 규모가 커 AI 사용이 넓어질 경우 전체 절감 시간의 총량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혜택은 국가와 직군에 따라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고소득 국가의 LCE가 GDP의 4.2% 수준으로, 중소득 국가의 약 0.6%, 저소득 국가의 0.1%를 크게 웃돈다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AI 사용 가치가 좁은 전문직 집단에 몰리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진은 이를 AI 집중지수(ACI)로 측정했다. ACI가 1에 가까울수록 AI 사용 가치가 고임금 직종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미국은 사무직, 서비스직, 판매직, 기능직 등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났지만 ACI는 0.44로 제시됐다.

반면 탄자니아는 ACI가 거의 1에 가까웠다. 우간다와 캄보디아도 소수 전문직 집중도가 높았고, 호주와 영국은 혜택이 더 넓게 퍼진 사례로 제시됐다. 같은 AI 도구라도 각국의 임금 구조와 직업 분포에 따라 경제적 의미가 달라지는 셈이다.

집중도는 낮아지는 흐름도 확인됐다. 전체 국가 중 ACI가 하락한 비중은 2025년 8월부터 11월까지 23%였고,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는 42%로 늘었다. 2025년 11월까지 집중도가 높아지던 28개국은 2026년 2월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 중 12개국은 중소득 국가였다.

이번 분석은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사용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진은 투명성과 재현성을 위해 앤트로픽과 클로드를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단일 사업자의 사용 자료가 전체 AI 시장을 완전히 대표하지 않을 수 있고, 기업용 API 사용과 다른 AI 플랫폼은 기본 추정치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독자에게 이번 연구는 AI 도입 논의가 모델 성능 경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어느 직군의 시간을 줄이고, 그 절감 효과가 어떤 국가와 노동자에게 먼저 돌아가는지가 생산성 논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흐름과 권한 관리로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진은 클로드 사용 기록과 임금 자료를 결합해 국가별·직군별 분포를 비교했다. 향후 AI의 경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절감 시간의 규모뿐 아니라 그 가치가 어떤 노동자와 산업에 배분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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