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군사·방위 이벤트에 집중 베팅한 152개 지갑이 총 800만달러(약 111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비공개 군사 정보가 예측시장 거래에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개 장부 기반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반부패데이터컬렉티브(Anti-Corruption Data Collective·ACDC)는 2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6년 5월 5일까지 정산된 폴리마켓 시장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ACDC는 1시간 안에 누적 2500달러(약 346만원) 이상을 35센트 이하 가격대 결과에 건 장기 베팅 지갑을 ‘오르카(Orca)’로 분류했다.
이 조건에 들어간 지갑은 556개였다. 이 가운데 군사·방위 시장에 집중한 152개 지갑은 평균 97.2%의 승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군사·방위 장기 베팅의 전체 적중률을 52%로 제시했다.
미국의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시장에서는 닫히기 직전 19건의 장기 베팅이 16만4292달러(약 2억2754만원) 규모로 들어갔다. ACDC는 이 거래에서 8개 지갑이 합계 180만달러(약 25억원)를 가져갔고, 한 지갑은 거의 50만달러(약 7억원)를 벌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수익 규모만이 아니다. ACDC는 보고서에서 오르카 계정이 먼저 베팅하고, 자금력이 큰 고래형 트레이더와 자동화 봇이 뒤따르는 패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자코니(David Szakonyi) ACDC 공동창업자는 로이터에 “대부분의 사람은 폴리마켓에서 비정상적인 베팅 활동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크게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예측시장은 특정 사건의 결과를 두고 이용자가 거래하는 구조다.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보는 확률처럼 읽히지만, 참여자가 적거나 정보 접근성이 한쪽에 치우친 시장에서는 소수 지갑의 자금 배분이 결과 전망처럼 보일 수 있다.
폴리마켓 거래는 블록체인에 남아 외부 연구자가 의심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 동시에 같은 공개성이 다른 거래자나 정보기관이 선행 베팅을 신호로 읽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ACDC의 판단이다.
이번 조사는 이미 제기된 군사 정보 이용 혐의 사건과 맞물린다. 미 법무부는 4월 23일 개넌 켄 밴 다이크(Gannon Ken Van Dyke) 미 육군 장병을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9881달러(약 5억6779만원)의 수익을 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같은 날 밴 다이크가 마두로 관련 이벤트 계약에서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가 있다며 제소했다. 수사·소송 단계의 사안인 만큼 혐의 확정과는 구분해야 한다.
폴리마켓은 시장 건전성 페이지에서 내부자 거래, 불법 팁 거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군사 장병이나 계약자가 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갖고 관련 시장에 베팅하는 행위도 금지 사례로 제시했다.
ACDC는 이용자 신원 확인 강화, 의심 거래 지급 보류, 군사 이벤트 계약 제한을 권고했다. 다만 보고서도 오르카 특성이 운이나 다른 설명을 가질 수 있다고 적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사안은 단순한 해외 예측시장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폴리마켓 가격은 소셜미디어와 시황 채널에서 사건 확률처럼 인용되는 경우가 많아, 얇은 시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투자 판단 자료처럼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앞서 폴리마켓 거래량이 상위 지갑에 집중된다는 ACDC 분석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선거 결과 확률처럼 보이는 가격이 넓은 여론보다 좁은 참여층의 자금 배분을 반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된 범위는 지갑 패턴, 베팅 시점, 수익 구조까지다. 실제 내부자 여부와 비공개 정보 접근 경로는 수사·감독 당국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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