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가 테더(USDT)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과 함께 대출 담보로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가 암호화폐 거래와 보관 인프라를 제도권 안으로 들이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도 담보 자산 후보에 올랐다.
아나톨리 포포프(Anatoly Popov) 스베르방크 부행장은 현지 보도에서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과 스테이블코인 테더도 담보로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해당 자산의 공개 유통을 허용하고 새 규정이 모두 시행된 뒤 상품군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7월 21일 새 암호화폐 규제가 9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비공인 투자자는 테스트를 거친 뒤 중개기관 1곳당 연 30만 루블 한도 안에서 유동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살 수 있고, 공인 투자자는 한도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공개 유통 대상 목록에는 BTC와 ETH, USDT가 포함됐다. 외국 스테이블코인도 규제 대상에 들어가면서 은행권이 취급할 수 있는 담보 자산의 범위가 기존 암호화폐에서 달러 연동 토큰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변화가 러시아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러시아 안에서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쓰는 행위는 계속 금지된다고 밝혔다. 규제의 초점은 결제가 아니라 중개기관 기반 거래, 보관, 담보, 디지털 예탁 같은 금융 인프라에 맞춰져 있다.
스베르방크는 이미 관련 준비를 진행해 왔다. 알렉산드르 베댜힌(Alexander Vedyakhin) 스베르방크 수석부행장은 2026년 12월 1일까지 암호화폐 거래 인프라와 디지털 예탁기관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스베르방크는 2025년 12월 암호화폐 담보대출 파일럿도 마쳤다.
본지는 앞서 [스베르방크가 12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https://www.tokenpost.kr/news/blockchain/381451)을 보도했다. 당시 핵심은 고객의 암호화폐 권리를 기록하고 일부 거래를 메인 블록체인 밖에서 처리하는 디지털 예탁기관 구축이었다.
디지털 예탁기관은 전통 금융의 예탁·수탁 기능을 암호화폐 권리 기록과 결합한 인프라다. 고객이 직접 지갑을 관리하는 구조와 달리 금융기관이 자산 소유권, 이전 요청, 내부 장부 처리를 관리하는 방식이어서 은행권 진입의 전제 장치로 꼽힌다.
USDT가 담보 자산 후보에 들어간 점은 BTC, ETH와 다른 쟁점을 만든다. 테더는 4월 공식 발표에서 미국 당국과 협력해 3억4400만 달러(약 4730억원) 이상 규모의 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테더는 제재 회피나 불법 활동과 연결된 지갑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책도 공개했다.
담보대출에서 담보 자산은 가격 변동뿐 아니라 처분 가능성이 중요하다. USDT는 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발행사의 동결 정책이 작동할 수 있어 담보로 잡힌 토큰이 규제나 제재 심사 대상이 되면 은행의 관리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러시아 은행권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은행들이 기업 고객에게 USDT 거래 목적과 거래 상대방 확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89780)고 보도했다. 당시 쟁점은 9월 1일 시행될 규제와 아직 정비 중인 등록부 사이의 실무 공백이었다.
현지 커뮤니티 반응도 갈렸다. 일부는 국영 대형은행이 암호화폐 담보대출을 검토하는 점을 제도권 편입 신호로 봤다. 반면 담보 비율, 가격 변동성, 추가 담보 요구, 은행 계좌 심사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 자산을 넓히면 암호화폐 보유 고객을 금융상품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유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 하락이나 담보 가치 재산정이 발생하면 추가 담보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러시아 시장의 결제 허용 여부보다 은행권이 암호화폐를 어떤 방식으로 금융 인프라에 편입하는지에 가깝다. 특히 USDT처럼 발행사 정책과 제재 리스크가 함께 작동하는 자산은 담보 인정 비율과 고객 심사 기준이 실제 상품성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스베르방크의 계획은 새 규정 시행과 중앙은행의 최종 허용 범위에 묶여 있다. 현재 확인된 내용은 담보대출 상품 확대 검토와 공개 유통 대상 자산 지정이다. 실제 출시 조건, 담보 인정 비율, 고객 심사 기준은 별도 발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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