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트코인 채택, 보관 입증 못 하면 정체 가능성…온램프 CEO 주장

| 이도현 기자

마이클 탠구마(Michael Tanguma) 온램프(Onramp) CEO는 기업이 비트코인(BTC)을 누가 통제하고 누가 이동을 승인하며 아직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못하면 기업의 비트코인 채택이 정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인베이스($COIN)를 둘러싼 의혹이 계기가 됐다.

탠구마 CEO는 2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CoinDesk)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발단은 아리 폴(Ari Paul) BlockTower Capital 창립자의 공개 주장이다. 폴 창립자는 코인베이스가 자산 손실과 해킹 피해를 숨겼다고 주장했고, 코인베이스는 이를 부인했다. 폴 창립자는 진행 중인 소송 때문에 증거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탠구마 CEO는 양측의 주장을 제삼자가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누구의 말도 믿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된 자산인데, 대형 보관사가 은폐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판단 근거는 고발자의 신뢰도와 보관사의 해명뿐이라는 것이다.

◇ 법인 계좌에는 있고 비트코인 보관에는 없는 장치

탠구마 CEO는 기업 계좌와 비트코인 보관의 차이에 주목했다. 법인 은행계좌에는 등록된 사용자, 역할 분담, 출금 승인 규칙, 회계사가 감사인에게 넘길 수 있는 기록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반면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는 순간 이런 통제 장치는 거래소 로그인 하나나 누군가의 서랍 속 하드웨어 지갑 하나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사회가 이 점을 묻기 시작했다며 '인증 정보를 가진 사람이 퇴사하거나, 피싱을 당하거나, 사망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라는 질문을 예로 들었다.

그가 든 사례는 구체적이다. 캐나다 거래소 QuadrigaCX의 최고경영자는 2018년 사망하면서 유일한 키를 갖고 있었고, 온타리오증권위원회(OSC)가 기록한 대로 약 1억9000만달러(약 2529억원) 규모의 고객 자산이 접근 불가 상태가 됐다. Prime Trust는 2021년 12월 자사 레거시 지갑을 열지 못했고, 18개월 뒤 네바다주가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기업 재무 담당자들이 느끼는 장벽도 수치로 제시됐다. 딜로이트(Deloitte)가 10억달러 이상 규모 기업의 CFO 200명에게 비트코인 보유를 가로막는 요인을 물었을 때 회계와 통제의 복잡성은 42%였다. 가격 변동성(43%)과는 1%포인트 차이다. 탠구마 CEO는 자산 자체보다 통제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해석했다.

물리적 위협도 거론됐다. 제임슨 로프(Jameson Lopp)가 운영하는 추적기에는 2014년 이후 비트코인 관련 물리적 공격이 360건 넘게 기록돼 있고, 2025년에 86건, 올해는 60건 이상이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범죄자들이 지원 직원을 매수해 이름, 주소, 잔액 정보 등 고객 데이터가 유출된 사건을 겪었다. 회사는 이 사건으로 인한 비용이 4억달러(약 5324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고, 보안 연구자들은 유출된 계좌 정보가 보유자를 현실 세계의 협박에 노출시킨다고 경고했다.

◇ 기존 해법의 한계와 다중서명 대안

탠구마 CEO는 기존 해법도 비판했다. 개인 자기보관은 한 사람에게, 거래소 보관은 한 회사에게 위험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감사, 신탁 인증, SOC 보고서는 보관사의 장부와 절차를 점검할 뿐 고객에게 명명된 사용자나 출금 승인 규칙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증명 준비금(Proof of Reserves)은 특정 시점의 자산 스냅샷만 보여줄 뿐 누가 내일 무엇을 옮길 수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1년 만에 문을 닫은 BitMEX도 단일 기관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례로 들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다중서명(멀티시그)이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에 기본으로 내장된 기능으로, 키를 독립된 규제 기관들이 나눠 보관하면 어느 한 기관도 자산을 단독으로 옮기거나 잃어버릴 수 없다는 구조다. 법적 소유권은 기업이 갖고, 역할이 정의된 사용자와 출금 승인 정책, 이사회가 읽을 수 있는 감사 기록을 함께 둔다는 방식이다.

단일 보관사의 편리함이라는 반론도 있다. 상대방 하나만 검증하면 되고 계약과 연동도 하나로 끝난다는 점이다. 여러 독립 기관에 보관을 나누려면 조율, 공통 표준, 운영 규율이 필요한데, 업계는 지난 15년 동안 이를 미뤄왔다고 탠구마 CEO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함은 확인 가능할 때만 장점이라고 반박했다. 고객에게 보유 내역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일 보관사는 복잡성을 줄인 것이 아니라 숨긴 것이라는 논리다.

탠구마 CEO는 이사회가 비트코인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기존 계좌에 묻던 질문을 그대로 던지고, 여기에 '단일 인물이나 기관이 사라져도 무엇이 남는가'를 하나 더 물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보관 구조는 아직 쓰이지 않은 위험 공시나 다름없다고 그는 썼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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