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 가상자산 카드 12월 18일 종료…월 결제 15억달러 시장서 철수

| 이준한 기자

탈중앙화 거래소(DEX) 애그리게이터 1인치(1inch)가 가상자산 카드 서비스 '1inch Card'를 접는다. 신규 가입은 이미 닫혔고, 기존 이용자는 12월 18일까지 잔액을 쓰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1인치는 이달 중순 'Card 자주 묻는 질문' 페이지를 고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공개서한이나 경영진의 별도 발표 없이 FAQ 갱신만으로 알렸다고 테크플로우(TechFlow)는 전했다.

12월 18일 이후에도 이론상 6년의 상환 기간이 남아 있다. 다만 구체적 시점은 카드 발급사와 서비스 제공사가 정하며, 1인치는 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1inch Card는 2024년 4월 출시됐다. 마스터카드($MA), Crypto Life와 손잡았고 전자화폐 발행은 Monavate가 맡았다. Crypto Life는 Baanx 계열사다. 이용자가 1인치 지갑의 가상자산을 쓰면 결제 때 자동으로 법정화폐로 바뀌는 구조였고,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도 지원했다.

출시 당시 세르게이 쿤츠(Sergej Kunz) 1인치 공동창업자는 이 카드를 "대중 이용자를 디파이(DeFi)로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큰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 걸음은 2년 반 만에 거둬들여지게 됐다.

◇ 카드 시장은 오히려 커지는 중

1인치가 철수를 택한 시점에 가상자산 카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르테미스(Artemis)에 따르면 가상자산 카드의 월 결제액은 2023년 초 약 1억달러(약 1,327억원)에서 2025년 말 15억달러(약 1조9,905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2년 새 1,400% 증가한 것이며, 연환산 결제 규모는 약 180억달러(약 23조8,860억원)다.

코베이시 레터(Kobeissi Letter)는 2026년 월 결제량이 전년 대비 230% 더 늘었고 누적 78억달러(약 10조3,500억원)를 넘었다고 집계했다. 테크플로우는 비자($V)가 가상자산 카드 거래의 약 90%를 처리한다고 전했다.

결제에 쓰이는 자산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주로 쓰였지만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심이다. 테크플로우는 아르헨티나 이용자들이 유에스디코인(USDC)을 디지털 달러처럼 저축과 소비에 쓰고, 인도 이용자들은 30%의 가상자산 세금을 피하는 수단으로 카드를 쓴다고 소개했다. OKX 유럽 이용자의 카드 결제에서는 식료품이 26%를 차지했다.

경쟁사의 진입도 이어진다. 메타마스크(MetaMask)는 2025년 마스터카드, Baanx와 함께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Linea 기반의 자기 수탁형 카드를 내놨다. 2026년 3월 미국으로 확대했고 결제 처리 속도를 5초 이내로 줄였으며, 카드 결제량은 1년 새 435% 늘었다.

코인베이스($COIN)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와 신용카드를 냈다. 월 5~30달러 구독 상품 '코인베이스 원' 회원이 신청할 수 있고, 소비액의 2~4%를 비트코인으로 돌려받는다. 비자는 스트라이프(Stripe) 계열 브리지(Bridge)와 100여 개국 스테이블코인 카드 출시를 추진하며, 첫 단계로 아르헨티나·멕시코·칠레 등 18개 시장을 열었다. 바이비트, Bitget, Crypto.com, OKX, Gate도 카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 "100달러 쓰면 60센트"…수익 구조의 벽

테크플로우는 1인치 철수의 원인을 기반 기술이 아닌 수익 구조와 사업 정체성에서 찾았다. 1inch Card와 메타마스크 카드가 같은 Baanx 인프라를 쓰는데 한쪽은 확장하고 한쪽은 접는다는 점에서다.

가상자산 카드의 핵심 수익은 상점 쪽 카드 매입사가 발급사에 내는 교환 수수료(interchange)다. 이 수수료는 카드 네트워크(비자·마스터카드), 은행 면허를 가진 BIN 스폰서, 결제 처리업체, 프로그램 관리자 순으로 나뉜다. 테크플로우가 인용한 업계 추산으로는 소비 1달러당 프로그램 관리자 몫이 약 0.006달러다. 이용자가 100달러를 쓰면 60센트가 남는 셈이다.

여기서 이더리움 풀노드 운영비(월 약 1,279달러), 다중 체인 자금 정리에 드는 가스비, 본인확인(KYC) 비용, 고객 응대, 카드 제작·배송, 사기·결제취소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테크플로우의 예시는 이렇다. 고정비가 월 6만달러(약 7,962만원)이고 활성 카드 한 장이 월 500달러를 써서 3달러의 기여이익을 내면, 손익분기점은 활성 카드 2만 장이다.

핀테크 업계의 카드 활성화율 기준치는 약 5%, 첫해 비활성 비율은 약 34%라고 테크플로우는 전했다. 10만 장을 발급해도 실제 쓰는 카드는 5,000장 안팎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테크플로우는 메타마스크가 월 활성 이용자 천만 명 단위의 지갑을 갖고 있고, 코인베이스는 1억 명이 넘는 가입자와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갖췄다고 짚었다. Crypto.com은 크로노스(CRO) 스테이킹을 카드 등급과 연동해 고액 소비 이용자를 묶어 둔다고 분석했다.

반면 1인치의 핵심 고객은 일상 소비자가 아닌 디파이 트레이더이며, 면허와 컴플라이언스, 은행 연계를 모두 외주에 맡긴 탓에 규모의 경제도 비용 우위도 없었다는 것이 테크플로우의 진단이다. 이 매체는 이를 증권 중개 앱이 신용카드를 내놓는 상황에 비유했다.

◇ 카드 업계의 반복된 퇴장

가상자산 카드 업계에서 철수는 처음이 아니다. 테크플로우는 2023년 바이낸스가 비자와 마스터카드와의 제휴를 잇달아 잃고 중남미와 중동에서 카드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2020년 독일 결제업체 와이어카드(Wirecard) 파산 때는 이 회사를 통해 발행된 가상자산 카드들이 하루아침에 쓸 수 없게 됐다.

그노시스 페이도 소비자 카드와 웹 서비스를 12월 20일 종료한다고 밝혀, 카드 사업을 접거나 파트너 중심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에 든 자금은 1인치가 아니라 라이선스를 가진 전자화폐 기관 Monavate가 발행한 전자지갑에 보관된다. 계정 폐쇄와 본인확인은 Crypto Life가 맡으며, 발급사 약관상 계정 폐쇄 후 6년 이내에는 잔여 자금의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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