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선물이 연 기관투자 문…"암호화폐는 금융의 새 구조"

| 최윤서 기자

비트코인 선물시장이 상승과 하락 양쪽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기관투자자의 진입을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암호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을 넘어 금융 자체의 새로운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월 2일(현지시간) 슈왑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전 위원장은 규제받는 비트코인 선물시장의 출범이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과 기관투자 확대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양방향 거래가 가능해져야 비로소 성숙하고 본격적인 기관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안카를로는 선물시장 도입 전에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매수로 견해를 표현할 수 있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는 매수를 포기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선물은 공매도를 통해 가격 하락 전망도 거래에 반영할 수 있게 했으며, 이런 파생상품 기반이 전문적인 기관시장에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이 당시 약 1만9000달러까지 오른 뒤 선물시장 출범과 함께 1만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다만 이후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넘어선 점을 들며, 양방향 시장이 기관투자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암호화폐 재무전략 기업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달러 중심의 가격 형성도 선물시장 출범의 중요한 의미로 제시했다. 지안카를로는 미국의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달러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점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규제받는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마련한 것 역시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 중심으로 형성되도록 하는 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관시장으로의 성장과 사기·시세조작 위험은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금 선물시장에서도 불법행위가 발생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기존의 조작 수법을 활용하는 범죄자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적절한 규칙을 세우고 감시자를 배치해 범죄자를 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준비 과정에서는 기술을 직접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됐다고 밝혔다. 지안카를로는 2017년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기술 연구 조직을 신설하고 업계 면담과 자료 작성을 통해 위원들이 암호화폐를 학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위원장 회의실에 컴퓨터를 설치해 비트코인 채굴을 모의로 수행한 것도 채굴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선물시장 출범을 검토할 당시에는 암호화폐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업계와 국내외 규제당국의 반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안카를로는 의회가 합법으로 둔 상품을 임명직 공무원이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의무는 합법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사기꾼과 시세조작 세력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규제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안카를로는 암호화폐가 클래식 자동차나 미술품, 귀금속처럼 단순한 대체투자 자산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이 정보 수집과 사회적 교류의 접근성을 높였듯 은행·금융·화폐에도 같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21세기 금융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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