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불안이 기술주를 넘어 신용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기술주 상승이 떠받쳐 온 성장과 소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5일(현지시간) 마리오 나우팔 X 계정 인터뷰에서 거시경제 분석가 제프리 스나이더는 주식시장이 AI 거품의 정점 여부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신용시장에서도 위험 부담을 꺼리는 신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이해하는 데는 주식시장보다 신용시장이 더 중요한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스나이더는 주요 주가지수만으로는 시장 내부의 매도 압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종목에 불안과 매도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퀄컴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실적 전망이 다소 약하다는 이유로 주가가 당일 11% 하락했다며, "시장은 완벽함을 충족하지 못하는 누구에게나 벌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 운용사들은 성과를 따라가기 위해 상승장에 참여해야 하지만, 상승세에 대한 확신은 약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은 악재나 기대에 못 미치는 소식에도 투자자들이 정점일 가능성을 의식해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 변동이 커진다고 봤다. 다만 AI 거품이 이미 붕괴했는지는 단정하지 않았다. 스나이더는 "그런 징후는 늘고 있지만, 실제 바닥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5주 동안 미국 국채금리가 약 50bp, 즉 0.5%포인트 하락한 움직임도 단순한 반도체주 불안 이상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신용시장에서 종전과 같은 금리와 가격 조건으로 위험을 떠안으려는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며, 국채금리의 빠른 하락은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 회피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위축이 경제에 미칠 충격은 두 경로로 제시했다. 스나이더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 설비투자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서 드문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또 기술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며, 기술주 하락이 단순 조정을 넘어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주식 자산 증가가 소비를 떠받치는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화하는 상황은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키우는 또 다른 위험으로 꼽았다. 그는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은 에너지와 원재료 비용이 오르면 이익이 줄고 부채 상환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역시 고용과 소득이 함께 늘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지출이 커지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쓸 돈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요를 훼손해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스나이더는 분석했다. 국채시장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보다 성장 둔화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투자 열풍의 약화가 이러한 거시경제 위험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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