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끄는 한국 경제 성장세, 내수 부진과 산업 양극화 우려

| 토큰포스트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뚜렷한 성장 흐름을 보였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도체와 금융업에 성과가 집중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안팎의 온도 차가 더 선명해졌다.

3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계절조정 기준 전 분기보다 3.0% 늘었다.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다만 이 수치는 반도체가 사실상 끌어올린 결과에 가깝다. 같은 기간 반도체 생산은 14.1% 증가해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2%에 머물렀다. 제조업 전반이 고르게 살아난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의 호황이 전체 지표를 떠받친 셈이다. 실제로 반도체를 뺀 제조업은 2024년 4분기 1.1% 증가에서 2025년 1분기 -0.1%로 돌아선 뒤 이후에도 분기별 등락을 거듭해, 뚜렷한 회복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정부가 제시한 1분기 경기지표는 겉보기에는 상당히 강했다. 전산업, 광공업, 서비스업,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기성 등 6대 지표가 모두 증가했고, 실질 국내총생산도 1.7% 성장했다. 이런 흐름은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생산이 실제로 얼마나 폭넓게 확산됐는지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이 지수는 50을 밑돌면 전달보다 생산이 줄어든 업종이 늘어난 업종보다 많다는 뜻인데, 1월 52.8에서 2월 47.9로 내려간 뒤 3월에도 49.3에 머물렀다. 3월 기준으로 생산이 늘어난 업종은 34개, 줄어든 업종은 35개였다. 전체 평균은 좋아졌지만, 현장의 체감 경기가 넓게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서비스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시장 활황에 힘입어 금융·보험업 생산은 1분기에 전 분기보다 4.7% 늘어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가 상승과 거래 확대가 금융 관련 서비스 수요를 밀어 올린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상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은 1.3% 감소했고,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3.2% 줄었다. 숙박·음식점업은 2월과 3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음식점업보다 숙박업 부진이 더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금융업처럼 자산시장과 연결된 업종은 호조를 보였지만, 서민 소비와 관광, 여가에 기대는 업종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장 구조가 고용과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힘이 약하다고 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이 자동차 같은 전통 주력 산업에 비해 고용 규모가 크지 않고, 연관 산업으로 파급되는 범위도 상대적으로 좁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수출과 기업 실적은 좋아질 수 있어도, 그 열기가 자영업이나 지역 상권까지 퍼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금융·보험업처럼 고부가가치 업종은 전문성이 높아 진입장벽이 큰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진입이 쉬운 대신 경쟁이 과열돼 수익성이 낮아지기 쉽다는 점도 양극화를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산업 격차가 취업자 간 임금 격차를 키우고, 결국 내수 소비를 소수 고소득층이 떠받치는 구조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금의 성장세는 숫자만 보면 강하지만, 산업 전반의 체력을 고르게 끌어올리는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도체와 금융업 중심의 성장이 이어지는 동안 내수 업종 부진이 장기화하면 산업 간 격차가 소득과 자산 격차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성장 동력을 반도체 밖으로 넓히고, 내수 기반을 회복시키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방위산업, 전후 복구 수요, 데이터센터 건설 같은 새 시장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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