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026년 3월 373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줄고 해외투자 배당 수입까지 커지면서, 대외거래 전반의 흑자 폭이 한층 확대된 결과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 흑자는 약 54조4천억원 규모로, 종전 최대였던 2월 231억9천만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3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누적 흑자도 737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4억9천만달러의 3.8배에 달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을 합쳐 한 나라가 해외와 거래한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번 수치는 수출 경쟁력과 해외투자 수익이 동시에 좋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장 큰 힘은 상품수지였다. 3월 상품수지 흑자는 350억7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3.6배로 불어나며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943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9% 급증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같은 정보기술 품목이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고, 비정보기술 품목도 조업일수 확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아 함께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컴퓨터 주변기기는 167.5%, 반도체는 149.8%, 무선통신기기는 13.1%, 석유제품은 69.2%, 화공품은 9.1%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동남아, 중국, 미국, 일본으로의 수출이 두드러졌지만, 중동 수출은 감소했다. 수입 역시 592억4천만달러로 17.4% 늘었지만, 수출 증가 폭이 훨씬 커 흑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정보통신기기와 수송장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자본재 수입 증가는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 활동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12억9천만달러 적자였지만,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달과 전월보다 줄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여행수지다. 3월 여행수지는 1억4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돼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봄철 국내 여행 성수기로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늘고 내국인의 해외 지출과 비교해 수입이 더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35억8천만달러로 전월 24억8천만달러보다 늘었다. 이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에서 발생한 배당 수입이 증가한 덕분이다.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19억8천만달러에서 27억달러로 확대됐다. 상품 거래뿐 아니라 해외에 투자해 벌어들이는 소득까지 좋아졌다는 뜻이다.
다만 금융시장 흐름은 경상수지와 다소 다른 그림을 보였다. 3월 금융계정 순자산은 369억9천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8억9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37억7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그러나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크게 줄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40억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340억4천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감소 폭은 293억3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 주가 상승 이후 차익실현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결국 실물경제의 수출 호조와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경기와 글로벌 위험 요인, 외국인 자금의 회귀 여부에 따라 앞으로도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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