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미 가계 빚이 2천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겹치자 이자 비용이 빠르게 불어나고, 이는 소비 위축과 내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36%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의 연 2.935%보다 80.1bp, 한 달 전의 연 3.365%보다 37.1bp 오른 수준이다. bp는 금리 계산에 쓰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이번 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 한때 5.20%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재정 부담과 물가 불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흐름은 곧바로 가계의 대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993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조원 늘며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 4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전월보다 3조5천억원 늘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5조5천억원 늘면서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월별 증가 폭도 1월 1조4천억원, 2월 2조9천억원, 3월 3조5천억원, 4월 3조5천억원으로 커지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모두 3조2천억원 늘고, 차주 1인당으로는 평균 16만3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변화가 가계에 더 빠르게 전달되는 구조다.
기업 쪽 사정도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2%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의 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이 특히 약해지고 있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1.02%로 한 달 새 0.13%포인트 뛰었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78%로 0.07%포인트 올랐다. 이미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로 비우량 중소기업과 한계기업,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유가 상승과 같은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 연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금리 부담이 금융권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출이자가 늘어나면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만,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압력이 쌓이면 내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금리와 국제유가, 국내 경기 둔화 정도에 따라 더 강해질 수 있어,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부담 완화 대책과 시장 안정 관리가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