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29일 하락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 시장 가격에 먼저 반영된 것이다.
이날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2.05달러로 전장보다 1.8%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87.36달러로 1.7%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내린 직접적인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양해각서와 관련해 백악관 상황실에서 최종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과 카타르 같은 중재국을 통해 이란과 비공개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안에는 휴전을 60일 더 연장하고,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며, 그 연장된 휴전 기간 안에 이란 비핵화 합의를 도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길목이어서, 이곳의 봉쇄나 통항 차질은 곧바로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위험 변수로 꼽힌다.
다만 협상 내용과 실제 이행 방식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양해각서 초안이 이란 내부에서 최종 승인 단계에 있다고 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통행료 개방 조항은 초안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먼저 해상 봉쇄를 해제한 뒤 이란이 사전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같은 사안을 두고 미국과 이란 측 설명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만큼, 시장이 당장 긴장 완화에 반응했더라도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 흐름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가를 떠받칠 요인도 적지 않다. 엑손모빌의 수석 부사장 닐 채프먼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매우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제로 그런 저점에 도달하면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세계 시장에서는 누적으로 10억 배럴이 넘는 공급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이번 유가 하락은 종전 기대를 반영한 단기 움직임 성격이 강하며, 향후에는 협상 최종 승인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개방, 낮아진 재고 수준이 함께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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