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이달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월가 투자은행들에 통상 관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상장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초대형 기업공개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상장 흥행 여부뿐 아니라, 이번 협상이 월가의 수수료 체계 자체를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에도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스페이스X는 상장 주관사들과 수수료율을 0.75% 밑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 중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을 통해 750억달러, 우리 돈 약 114조원을 새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기업공개는 기업이 증시에 들어오면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절차인데,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들은 주식 배분과 투자자 모집, 가격 산정 등을 맡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통상 월가에서는 기업공개 수수료율이 4∼7% 수준에서 정해진다. 물론 수백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상장에서는 수수료율이 다소 낮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1%를 넘는 선에서 책정돼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스페이스X의 요구는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조달 금액 자체가 워낙 커서 수수료율이 0.75%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주관사들이 나눠 가질 총수수료는 5억달러, 약 7천6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장 업무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20여개 기관이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대표주관사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비슷한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제너럴모터스가 기업공개를 하면서 0.7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대 주주가 미 연방정부였고, 금융위기 과정에서 월가 은행들이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은 뒤라 고율 수수료를 요구하기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스페이스X 협상은 단순히 큰 기업이라서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수준을 넘어, 상장 시장에서 발행 기업의 협상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이 성사될 경우 규모 면에서 새 기록을 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상장 과정에서 약 1조8천억달러, 우리 돈 약 2천7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9년 기업가치 1조7천억달러를 인정받고 294억달러를 조달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기록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기업공개가 될 수 있다. 로이터는 나스닥 상장 후 첫 거래일이 이르면 이달 12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올해 대형 상장을 예고한 만큼, 스페이스X의 수수료 협상 결과는 앞으로 이어질 초대형 기업공개의 가격 협상에도 적지 않은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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