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 매출이 2026년 2분기에도 강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전반적인 소비 여건은 팍팍하지만, 백화점에서는 명품과 고가 상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증시 호황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대기업 성과급 지급,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겹치면서 내수 부진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명품 가격 인상이 있다. 4∼5월 불가리와 까르띠에에 이어 6월에는 롤렉스와 쇼메가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앞두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른바 포모 심리(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가 자극되면서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이어졌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4∼5월 명품 매출은 50%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41.1%, 현대백화점은 33.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체 매출 가운데 명품 비중이 45.8%까지 올라, 2024년 1분기 39.9%보다 의존도가 더 커졌다.
지역별로는 경기 남부권 점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 지역은 정보기술 대기업과 반도체 산업 단지가 몰려 있어 주식 보상이나 성과급, 자산 증가 효과가 소비로 이어지기 쉬운 곳으로 평가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명품과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부문 호조에 힘입어 5월 매출이 30% 늘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5월 전체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교점의 명품 매출은 44.7%, 고가 시계·주얼리는 56%, 프리미엄 의류는 31.5% 늘었다. 신세계 사우스시티점도 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7%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확대도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에서의 명품 구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면서, 외국인들이 백화점의 주요 고객층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는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이 140.6% 늘었고, 하이주얼리 매출은 220.1%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명품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1∼5월 15.8%로 확대됐다. 업계는 단순 방문객 증가가 아니라 실제 구매 전환과 고가 제품 소비 증가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이진협 한화증권 연구원은 1분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 가운데 외국인 기여분이 약 3%포인트였고, 성수기에 들어선 4월에는 백화점 3사 평균 8%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화점은 임차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비중이 큰 사업 구조여서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줄어드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명품과 외국인 수요가 이어지는 한 하반기에도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