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장기 추심 관행을 줄이기 위해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세제 혜택 기준을 손질했다. 앞으로는 연체채권을 손실로 인정받아 세금 부담을 덜려면, 처음 돌아오는 소멸시효 시점에 실제로 시효를 완성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련 규정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감원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끝나기 전에도 대손인정(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세법상 손실로 처리하는 제도)을 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세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송이나 독촉 등을 통해 시효를 계속 연장하며 회수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구조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시효 연장을 부추겼다고 보고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이다.
원래 법인세법의 기본 원칙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도 정말로 받을 수 없게 된 채권만 손실로 인정해주는 데 있다. 외상값이나 어음, 수표처럼 다른 채권도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는 법적으로 청구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야 비로소 대손으로 인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권에만 사실상 넓게 열려 있던 예외를 좁히는 성격이 강하다. 금융당국은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는 시점, 즉 통상 연체 5년 뒤에는 시효를 원칙적으로 끝내도록 해 연체채권을 시장에서 오래 끌지 말고 정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다만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칠 부담을 고려해 적용 범위는 단계적으로 넓히기로 했다. 우선 은행과 보험사는 5천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는 3천만원 이하의 연체채권부터 적용한다. 채무자가 숨겨둔 재산이 새로 발견되거나 채무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등 불가피하게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손인정 이후에도 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또 이런 채권을 다른 곳에 팔 때는 매매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적도록 하고, 채권을 넘겨받은 쪽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도 점검·보고하게 할 방침이다.
제도 시행 일정도 구체화됐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 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을 보고하고 공시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반복적인 채권 매각으로 추심이 강화되거나 신용평점이 더 떨어지는 등 채무자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도 다음 달 개정된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속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채권의 매각을 제한하는 감독규정 개정안은 7월 중 시행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회사의 회수 관행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채무조정과 연체채권 정리 방식 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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