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10일 국내 국고채 금리는 만기 구간별로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장을 마쳤다. 안전자산 선호만으로 설명되기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 우려가 함께 반영되면서 채권시장 심리가 다소 위축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81%에 마감했다. 10년물은 연 4.273%로 전날과 같았다. 반면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2bp, 2.3bp 내린 연 4.070%, 연 3.731%를 기록했다. 장기물 쪽에서는 20년물이 2.5bp 오른 연 4.367%,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4.2bp, 3.9bp 상승한 연 4.322%, 연 4.182%로 거래를 마쳤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장기 구간에서 금리 상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미군 아파치 헬기 추락을 계기로 충돌 수위를 다시 끌어올렸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과 통신탑 등을 겨냥해 공습에 나서자, 이란도 중동 곳곳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국제 분쟁이 확대되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이는 에너지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 전망을 자극해 채권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은 통상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이 물가 상승 가능성을 크게 볼수록 채권 가격은 약해지고 금리는 오르기 쉽다.
환율 상승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전날 1,51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1원 오른 1,5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특히 원유나 원자재를 해외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서는 이런 환율 움직임이 곧바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결되기 쉽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1천121계약 순매수했지만, 10년 국채선물은 1천876계약 순매도했다. 단기물과 장기물에 대한 시각이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향후 물가와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시장의 해석이 아직 완전히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긴장 재고조와 환율 상승이 이날 금리에 영향을 줬고, 전날 금리 하락분이 일부 되돌려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채권시장은 대외 지정학적 불안과 환율, 물가 기대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진정되느냐, 또 환율과 국제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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