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0일 영풍, 고려아연, 한결엘에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확인하고 감사인 지정과 과징금, 임원 제재 같은 행정조치를 의결했다.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비용과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회사의 실제 재무상태가 시장에 왜곡돼 전달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는 이런 회계 왜곡에 대해 감독당국이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이들 3개사가 기준에 맞지 않게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판단했다. 회계상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으로 지출이 예상되는 비용을 미리 반영하는 충당부채를 제대로 잡았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가치가 떨어졌을 때 평가손실이나 손상차손을 적정하게 인식했는지 여부다. 이런 항목은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더라도 미래 부담이나 자산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준다.
영풍은 제련소 주변지역 오염토양 정화명령과 관련한 법적 의무가 분명한데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고, 2023년부터 2024년까지는 법규상 허용되지 않는 정화방식을 적용해 관련 충당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련소 주변 임야와 제련소 1·2공장 건축물 하부의 오염토양 정화 의무, 지하수 정화 비용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손상평가 과정에서도 손상차손을 축소해 잡았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증선위는 이에 따라 영풍에 감사인 지정 3년, 회사와 관계자 과징금,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전현직 담당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금융상품과 관계기업 투자 자산의 공정가치와 회수 가능액이 낮아졌는데도 관련 평가손실을 과소계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외 종속회사와 관련한 영업권 등의 손상차손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외부감사를 방해한 문제도 적발됐다. 증선위는 고려아연에 과징금,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를 의결했다. 한결엘에스의 경우 재고자산을 허위로 계상하고 평가손실을 적게 반영한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과징금, 감사인 지정 2년, 재무담당 임원 면직권고 상당 조치가 결정됐고, 회사와 대표이사, 재무담당 임원은 검찰에 통보됐다.
이번 조치에는 회사뿐 아니라 외부감사 책임도 함께 포함됐다. 증선위는 영풍의 감사인인 이촌회계법인과 대주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해당 회사 감사업무 제한 조치도 의결했다. 다만 영풍·고려아연·한결엘에스에 대한 과징금 액수는 추후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은 자본시장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환경비용, 자산손상, 재고평가처럼 경영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회계항목에 대한 감독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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