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대를 기록하면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겉으로 드러나는 전체 물가 상승폭은 컸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지표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 시장은 물가 재가속과 둔화 신호를 함께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 즉 시피아이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고 밝혔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0.5%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 4.2%는 2023년 4월의 4.9%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에는 대체로 부합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인플레이션 안정 흐름이 아직 충분히 굳어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장이 더 주의 깊게 보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소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시피아이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예상에 부합했지만, 월간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 0.3%를 밑돌았다. 이는 전체 물가는 높게 나왔어도, 일시적 변동 요인을 걷어낸 기초 물가 압력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전체 지표와 근원 지표가 엇갈리면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해석도 복잡해진다. 전체 물가는 소비자가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는 부담을 보여주고, 근원 물가는 앞으로의 물가 추세를 가늠하는 데 더 유용한 지표로 여겨진다. 에너지 가격이나 식료품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흔들리면 전체 시피아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데, 이번 통계는 그런 변동성이 표면 물가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발표는 미국 물가가 아직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내려오지 않았지만, 동시에 기초적인 물가 흐름이 다시 급격히 뜨거워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판단에 신중론을 더하는 한편, 앞으로 발표될 고용과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같은 추가 지표에 따라 시장 전망이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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