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가 12일 상장을 앞두고 무디스, 피치, 에스앤피 등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등급을 받았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리면서, 상장 직후 회사채 시장에 나설 가능성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투자적격등급은 기관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으로 받아들이는 신용 수준을 뜻하는데, 기업이 자금을 빌릴 때 금리를 낮추고 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대형 기업공개(IPO) 이후 곧바로 채권 발행에 나서는 사례는 상장으로 확보한 시장 신뢰를 부채 조달로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채권 시장에서는 스페이스엑스가 상장 후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차입 부담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스페이스엑스가 안고 있는 대규모 차입금이 있다. 회사는 내년 9월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장기 자금 조달 전까지 일시적으로 쓰는 단기성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출은 스페이스엑스가 지난 3월 승계한 엑스(옛 트위터)와 엑스에이아이의 부채를 갈아타는 데 쓰였고, 3월 말 기준 스페이스엑스 장기부채 291억달러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한다. 크레디트사이츠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투자자 노트에서 스페이스엑스가 기업공개 직후 채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상장을 계기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장기 채권으로 기존 단기성 자금을 바꾸는 차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다만 투자적격등급 부여가 곧바로 모든 우려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어떤 형태의 채권이 투자적격등급을 받게 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더구나 스페이스엑스는 1분기 매출 4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손실도 42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적자를 내는 기업은 투자적격등급을 받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장이 스페이스엑스를 예외적으로 보는 이유는 향후 현금창출 전망에 있다. 구글은 2029년 중반까지 유효한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에 따라 스페이스엑스에 300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 향후 3년간 앤트로픽과 맺은 계약 규모도 450억달러에 이른다. 당장의 실적보다 장래 매출 기반과 사업 확장성을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다른 기업인 테슬라도 한동안 투기등급에 머물다가 이후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선 전례가 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투자적격등급 거시전략 책임자 재커리 그리피스는 일반적으로 적자 기업은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스페이스엑스는 통상적 기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회사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등급 부여는 스페이스엑스의 현재 손익보다 장기 계약, 시장 지배력, 자금조달 능력에 무게를 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상장 이후 스페이스엑스가 실제 회사채 발행에 나서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추가로 확인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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