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026년 6월 16일 기준금리를 1% 정도로 올리면서, 일본의 통화정책이 초저금리 시대를 본격적으로 벗어나는 흐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일본은행은 이틀간 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75% 정도에서 1%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참석한 정책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1명만 동결 의견을 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입원으로 불참하면서 이번 회의에는 9명 정원 중 8명만 참여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일본은 오랜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해 사실상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는데,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낸 뒤 같은 해 7월과 이후 추가 인상을 거쳐 이번에 1%선에 올라섰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경기보다 물가를 더 경계하는 일본은행의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은행은 중동 정세의 영향으로 경기에 일부 약한 흐름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물가 측면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부담 완화책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밑돌더라도, 원유 가격 상승이 기업 간 거래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고 이것이 앞으로 소비자 가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결정문에서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가 중단기적으로 여전히 마이너스라고 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준금리를 올렸더라도 실제 체감 금리 수준은 아직 경기 제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어서, 추가 인상 여지를 남긴 신호로 해석된다.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긴축 방향을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 그는 중동 사태 여파로 일본은행이 목표로 삼는 전년 대비 2% 수준보다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 경제·물가·금융 여건을 보며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각서 체결 합의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지만, 물류 회복이나 에너지 가격 안정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제유가에는 하락 압력이 생겼지만, 그동안 누적된 원가 부담이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은행이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엔화 약세 역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인 만큼, 일본은행은 환율 움직임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국채 매입 축소 계획도 함께 정리했다. 내년 1분기까지는 분기당 2천억엔씩 국채 매입을 줄이되, 2027년 4월부터는 감축을 멈추고 월 2조엔 규모의 매입을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를 올리면서도 채권시장 충격은 과도하게 키우지 않겠다는 절충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일단 이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금리 인상 발표 뒤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장중 70,020.68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종가도 전일보다 0.13% 상승한 69,404.50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홀딩스 주가도 4.19% 오른 94,720엔에 거래를 마치며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일본 증시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 50조엔을 넘긴 기업이 됐다.
결국 일본은행은 경기 둔화 가능성보다 물가 재상승 위험을 더 크게 보고 금리 정상화 속도를 이어가는 쪽을 택한 것으로 정리된다. 다만 중동 정세, 국제유가, 엔화 가치, 임금과 소비 흐름이 계속 엇갈릴 수 있어 이후 추가 인상은 속도 조절 속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일본이 초완화 통화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되, 금융시장 충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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