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관련 설비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하반기 채권시장은 장기금리와 신용채권 수급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술 투자 확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를 내는 동시에, 자금 수요를 불려 채권시장에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2026년 하반기 채권 및 크레딧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 모색’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인공지능 확산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같은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채권 발행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채권 공급이 많아지면 기존 채권 가격에는 부담이 되고, 이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흐름이 국내 채권시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공급 측 물가 압력과 인공지능 투자 수요가 겹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고금리가 오래 이어질수록 소비와 기업 투자에 부담이 커져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질 수 있고, 그 경우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도 점차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돼 유가가 안정되고, 인공지능 투자 과열도 진정되는 흐름이 확인되면 미국과 국내 국고채 금리는 하반기 중 고점을 확인한 뒤 안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용채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방향이 개별 기업의 신용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KB증권 박문현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크레딧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3분기까지는 스프레드, 즉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차가 벌어지는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평균 전망치가 형성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스프레드도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리 인상기에는 투자자들이 듀레이션, 다시 말해 금리 변화에 따라 채권 가격이 얼마나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만기가 긴 신용채권에 대한 선호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여기에 제도 변화와 정책 요인도 장기채 수요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수석연구원은 보험업권의 자본규제 개편과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장기채 매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반기에는 정책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공적채권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3년물 기준 하위등급 회사채와 상위등급 회사채를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여전채는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하반기 채권시장이 단순히 경기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투자 확대, 금리 경로, 공공부문 발행 증가가 함께 맞물리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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