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월 도입한 점도표의 실제 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별도 연구에 착수했다. 금리 결정 자체뿐 아니라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 신호가 채권·주식·파생상품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정밀하게 따져보고, 통화정책 소통 방식을 더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취지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정책국은 다음달 2일까지 ‘고빈도 데이터를 이용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효과 분석’을 주제로 연구계획서를 받는다. 이번 연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린 당일의 분초 단위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반응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빈도 데이터는 아주 짧은 시간 간격으로 쌓이는 거래 정보로, 정책 발표 직후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였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공개, 총재 기자간담회 생중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점도표 제시 등 여러 수단으로 시장과 소통해왔다. 이 가운데 이번 연구는 특히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와 점도표에 초점을 맞춘다.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뜻하고, 점도표는 금통위원 7명이 각각 3개씩 모두 21개의 점을 찍어 6개월 뒤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신호가 만기별 금리 스와프, 국채 선물, 코스피200 선물 같은 금융상품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연구가 더 주목받는 것은 주요 중앙은행의 소통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당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국제결제은행 재직 시절 중앙은행의 과도한 소통이 시장 가격 형성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점도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도입 효과를 평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정책 의도를 시장에 정확히 전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통화정책 전환기에는 시장 기대가 정책 방향과 어긋나지 않도록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기준금리가 연 2.50%로 동결된 가운데,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21개 점 중 19개가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 찍힌 점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점도표 공개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그 과정에서 효과를 검증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은행이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오해를 줄이면서도, 과도한 신호 해석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 소통 체계를 다듬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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