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히자,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가 일제히 강하게 올랐다. 대형 공장 신설은 곧바로 장비 발주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이 장비업체의 중장기 실적 개선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은 암스테르담 증시에서 6.79% 오른 1천721.40유로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에이에스엠엘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5.65% 오른 1천989.44달러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천999.96달러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공정제어 장비업체 케이엘에이도 장중 9.28% 급등한 304.23달러를 기록하며 52주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6.02%, 램리서치는 5.86% 상승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국내 투자 계획이 있다. 반도체 공장은 한 번 지을 때 노광, 식각, 증착, 검사·계측 등 거의 모든 공정 장비가 대거 들어간다. 에이에스엠엘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이고, 램리서치는 식각·증착, 케이엘에이는 검사·계측,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박막 증착 등 전공정 전반에 장비를 공급한다. 새 팹(반도체 생산공장)이 늘어나면 이들 업체의 수주와 매출이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최근에는 증권가의 시장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서스퀘하나의 메흐디 호세이니 애널리스트는 2028년 웨이퍼 파운드리 장비시장 규모를 2천500억달러로 높여 제시하면서 에이에스엠엘 목표주가도 분석 대상 증권사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유비에스(UBS)도 지난달 10일 2028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 규모를 2천500억달러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의 토머스 오말리 애널리스트 역시 2027년 웨이퍼 파운드리 장비(WFE) 시장 전망치를 기존 1천590억달러에서 2천95억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 수요가 커지면서 장비 투자도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실제 투자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 발주로 이어지느냐다. 오는 7월 15일 예정된 에이에스엠엘 실적 발표와 16일로 예상되는 대만 티에스엠씨(TSMC)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어떻게 제시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확대 의지를 재확인하면 장비업종 강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투자 속도 조절 신호가 나오면 최근 급등한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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