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진전을 보였다는 신호에 반응해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그동안 유가를 밀어 올렸던 전쟁 위험 프리미엄(분쟁 우려 때문에 가격에 더해지는 추가 상승분)이 빠르게 줄어든 결과다.
이날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57달러로 전장보다 1.9%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8.58달러로 1.3% 내렸다. 브렌트유는 이번 하락으로 지난 2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가격은 사실상 전쟁 격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월 27일 근월물 기준 종가는 브렌트유가 72.4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가 67.02달러였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협상 관련 발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매개로 간접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회담은 지난달 30일 시작돼 1일까지 계속됐다. 원유시장은 중동 지역의 충돌 가능성에 특히 민감한데, 이란은 산유국일 뿐 아니라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아 있어 협상 진전 소식만으로도 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같은 해석을 내놨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협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유가가 더 밀렸다고 평가했고,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뒀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이 늘면서 시장의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물류 흐름도 불안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수급 지표만 놓고 보면 유가 하락을 제약할 요인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공개한 주간 원유 재고 통계에 따르면 6월 26일 기준 상업용 원유 재고는 4억840만 배럴로 한 주 동안 380만 배럴 줄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201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통 재고 감소는 공급이 빠듯하다는 뜻이어서 유가를 떠받치는 재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재고보다 협상 진전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실제 합의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에 따라 유가의 추가 하락 또는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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