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 영향 속에 1,550원대에서 다시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또 경신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0.9원 오른 1,555.8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장 초반 2.6원 내린 1,552.3원으로 출발했고, 한때 1,550.7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 무렵 상승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결국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554.9원으로 2009년 3월 5일(1,568.0원) 이후 최고 수준에 올라섰던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고점을 높인 셈이다.
이날 환율을 떠받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고,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4조3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때는 통상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약해지고 환율은 오르게 된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흔들렸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5.32포인트(7.89%) 내린 7,648.09에, 코스닥은 62.63포인트(6.74%) 하락한 866.72에 장을 마쳤고, 삼성전자는 9%,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4.5% 급락했다.
다만 달러 자체의 강세가 다소 누그러진 점은 환율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긴축 압력이 더 세지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같은 시각보다 0.176 내린 101.235를 기록했다. 여기에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이날 오전 환율이 경제 기초여건과 괴리된 채 한쪽으로 쏠릴 경우 즉시 시장안정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도 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다소 진정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엔화 흐름도 함께 주목받았다. 전날 162.834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62엔대 초반으로 내려왔고, 주간 거래 마감 뒤에는 오후 3시 50분께 161.124엔까지 하락 폭을 키우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엔화 약세가 다소 완화됐다는 뜻이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엔화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날도 엔화 약세 진정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연장 거래에서 한때 1,550원을 밑돌았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8.83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3.2원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지,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 기대와 일본 엔화 움직임이 어느 방향으로 정리되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시장안정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투자심리 위축이 진정되지 않으면 원화 약세 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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