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9일 기업의 사내대출은 금융권 가계대출과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기업들이 고가 주택 대출 제한과 1순위 근저당권 설정 같은 자율 관리 장치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위는 사내대출을 임직원 복지의 한 형태로 봤다. 은행이나 보험사, 저축은행처럼 공적 규제를 받는 금융회사 대출과는 제도적 출발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건전성 관리와 차주의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만,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주택자금 지원은 이런 틀에 그대로 넣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사내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분명히 경계했다. 특히 고액 사내대출이 금융권 대출과 함께 활용되면, 차주가 실제 상환능력 범위를 넘어서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의에서 제기됐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며, 기업들이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 주택 제한, 주택 면적 제한 등을 자율적으로 도입해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1순위 근저당권은 대출금을 회수할 때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장치여서, 대출 부실 위험을 줄이는 기본적인 안전판으로 꼽힌다.
가계대출 흐름 자체는 여전히 금융당국의 부담 요인이다. 6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조3천억원 늘어 5월의 9조3천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내용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4조5천억원 증가해 5월의 4조원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반면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7천억원 늘어 5월의 5조3천억원보다 증가세가 다소 진정됐다. 금융위는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다 앞서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주택 매매계약 이후 2~3개월 뒤 대출이 실제 집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에 늘어난 거래 영향이 당분간 통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앞으로도 전 금융권의 대출 관리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특히 보험계약대출인 약관대출과 카드론 등 제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하반기 영업전략과 월별·분기별 관리계획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사무처장은 신용대출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이른바 빚투는 손실이 났을 때 충격이 더 큰 만큼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주택시장 자금조달 경로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제도 밖 영역인 사내대출까지 사실상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당국의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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