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출이 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26년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만 재정부가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4천166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1% 늘었다. 대만 재정부 통계처의 차이메이나 처장은 대만 중앙통신을 통해 인공지능 열풍과 대만 제조업의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과학기술 산업이 새로운 수출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월별 흐름만 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6월 수출은 748억3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40.3% 증가해 3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달 수입은 626억3천만달러로 51.8%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과 함께 수입도 크게 늘었다는 것은 대만 기업들이 중간재와 부품, 설비를 더 많이 들여오며 생산과 수출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정보기술 장비가 성장을 이끌었다. 차이 처장은 첨단 공정 반도체 칩 수요가 강했고, 메모리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과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6월 전자부품 수출이 253억9천만달러로 전년보다 3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시청각 제품 수출은 인공지능 응용 분야 확산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그래픽카드, 서버, 라우터 출하가 늘면서 6월 수출액은 339억2천만달러로 72.3% 급증했다. 각국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망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전기기계 제품 수출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주요 시장 전반에서 수요가 살아났다. 미국, 중국·홍콩, 아세안, 유럽, 일본 등 대만의 5대 수출 시장 모두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특히 대미 수출은 69% 늘었고, 대미 무역흑자는 1천40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과 아세안 수출도 각각 55.7%, 55.4% 증가했다. 이는 인공지능 서버와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같은 첨단 제품 수요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로 넓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과의 교역에서는 대만의 적자 폭이 컸다. 대만은 올해 상반기 한국과의 무역에서 305억달러 적자를 냈고, 한국은 대만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 차이 처장은 이를 두고 대만이 한국산 메모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만이 인공지능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동시에 고성능 메모리 같은 일부 핵심 부품은 한국에 의존하는 구조도 함께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투자와 데이터센터 확충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도체 가격 변동과 글로벌 경기, 미중 갈등 같은 대외 변수에 따라 증가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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