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13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 걸쳐 상승 마감했다.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자 물가와 시장금리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졌고, 그 영향이 국내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1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0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2일의 연 3.81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3.3bp 상승한 연 4.263%를 기록했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3.3bp, 4.0bp 올라 연 4.041%, 연 3.681%에 마감했다. 장기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년물은 연 4.423%로 1.0bp, 30년물은 연 4.446%로 0.8bp, 50년물은 연 4.343%로 1.1bp 각각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를 꼽고 있다. 현지시간 12일 미국은 이란의 상선 공격을 비난하며 호르무즈 해협 연안을 넘어 이란 서부와 중부까지 공습을 확대했고, 이란도 걸프 지역에서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잇달아 타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의 군사적 불안은 곧바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번진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가격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에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날 오후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26%, 3.24달러 오른 배럴당 79.25달러에 거래되며 80달러선에 근접했다.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4.34%, 3.10달러 급등한 배럴당 74.51달러를 나타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503.4원으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때 원화 같은 위험자산 선호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세를 띠는 전형적인 흐름이 함께 나타난 셈이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3년 국채 선물을 2천783계약, 10년 국채 선물을 6천13계약 각각 순매수해 비교적 상반된 움직임도 보였다. NH투자증권의 강승원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부각되면서 유가 상승이 국고채 금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했더라도 시장은 이를 경기나 거시경제의 추세적 악화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국고채에 자금이 몰리며 금리가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위험회피 심리보다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게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에너지 가격 불안이 길어질 경우 국내 금리와 환율 변동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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