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와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10원 넘게 하락하며 1,490원선 아래까지 내려갔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493.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0.4원 내렸다. 환율은 오전 6시 1,5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한때 1,486.3원까지 떨어졌는데, 환율이 장중 1,490원을 밑돈 것은 5월 14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날 환율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달러 공급이 늘었다는 점이다. 수출업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를 내놓는데, 이런 물량이 많아지면 환율은 내려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 여기에 조선·중공업 계열 기업들의 달러 매도 기대도 더해졌다.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에이디알)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외환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동안 환율 상승을 키웠던 달러 수급 불균형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기업들의 추가 외화 물량 가능성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한화오션이 2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도에 잇달아 나선 데 이어, 중공업체 전반에서 비슷한 성격의 물량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선물환 매도는 앞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시장에 파는 거래를 뜻하는데, 외환시장에서는 사실상 달러 공급 확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도 환율을 낮추는 데 힘을 보탰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대체로 원화 수요를 늘리고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천52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이 다시 매수로 돌아선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다만 환율이 큰 폭으로 더 내려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많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추가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고, 미군의 공습과 해상 봉쇄 방침이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다시 커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1.18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162.294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9.65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국내 수급 개선이 환율 하락을 이끌더라도, 대외 불안이 하단을 받치는 팽팽한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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