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14일 진행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체 모집액을 넘는 주문을 확보했지만, 만기별로는 1년물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단기물 금리가 더 높아지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인 한진은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44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다만 1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190억원이 들어와 10억원이 부족했고, 1년 6개월물 200억원 모집에는 250억원이 몰렸다. 전체로는 모집액을 40억원 웃돌았지만, 투자 수요가 특정 만기에 쏠리면서 만기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발행금리도 이런 수요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진은 1년물 금리를 개별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 이른바 민평보다 50bp(1bp=0.01%포인트) 높게 정했고, 1년 6개월물은 민평과 같은 수준에서 결정했다. 개별 민평금리가 1년물 약 4.20%, 1년 6개월물 4.64~4.6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행금리는 1년물이 약 4.70%, 1년 6개월물은 약 4.64~4.65%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통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1년물 금리가 1년 6개월물보다 5~6bp 높은 구조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단순히 만기보다 절대금리 수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표면 금리가 높은 1년 6개월물에 더 많은 주문을 넣었고, 그 결과 해당 만기는 추가 가산금리 없이 모집액을 채웠다. 반면 1년물은 한진이 제시한 희망 금리 범위 상단까지 금리를 올렸는데도 수요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한진은 수요예측에 앞서 1년물은 민평 대비 -50~+50bp, 1년 6개월물은 -40~+40bp의 희망 금리 범위를 제시했는데, 짧은 만기에서조차 투자자 설득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배경에는 최근 비우량채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짙어진 시장 분위기가 있다. 한진은 BBB+에 등급전망 ‘긍정적’을 받아 BBB급 가운데서는 비교적 우량한 편으로 평가되고, 시장 일각에서는 사실상 A급에 가까운 신용도로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앞서 A급인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사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했고, BBB급인 JTBC의 채무불이행 선언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이 지난 5월 말 동화기업 이후 약 두 달 만이었던 점도 이런 위축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진 회사채의 발행 예정일은 7월 23일이며, 대표 주관사는 키움증권,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상상인증권이다. 이번 결과는 전체 주문 규모만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만기별 수요 분포와 투자자 선호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BBB급을 포함한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 금리 차별화가 더 뚜렷해지고, 같은 기업 안에서도 만기별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갈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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