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7월 들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내려왔고,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 절상 폭이 가장 큰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8.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11일 1,472.4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장중 1,560원에 근접했던 환율은 지난 8일 30원 가까이 급락하며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뒤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말 주간거래 종가 1,549.4원과 비교하면 70.9원 낮아진 것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다만 이후 거래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영향으로 반등해 18일 오전 6시에는 1,4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환율 하락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 기대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 즉 ADR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이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원화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실제로 수출업체들도 고점 인식이 형성된 뒤 보유 달러를 내놓기 시작했고, 조선사와 중공업체를 중심으로 환헤지용 달러 매도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시장은 결국 달러를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의 힘겨루기로 움직이는데, 최근에는 그 균형이 달러 수요 우위에서 공급 우위로 빠르게 바뀐 셈이다.
원화 강세는 단순한 수급 변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월 말보다 4.27% 올랐는데, 이는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이다. 2위인 영국 파운드화 상승률 1.45%의 약 3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하락 폭은 0.4%에 그쳤고, 일본 엔화는 0.08%, 중국 역내 위안화는 0.17%, 호주 달러는 0.88% 오르는 데 머물렀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점은 원화 자산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리가 오르면 해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통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따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62엔대 후반까지 올랐고, 지난 18일에도 162.400엔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원화는 엔화와 같은 방향으로 약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17일 기준 100엔당 908.11원까지 내려왔다. 이는 2024년 11월 26일 906.76원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원화와 엔화는 수출 경쟁 구조가 비슷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화 유입,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이런 동조 흐름이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도 원화 강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변동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의 긴축 부담이 덜해진 점도 원화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달러 공급 우위가 유지되면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480원을 밑돌고, 단기적으로 1,45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하반기 환율 하단을 1,380원까지 열어두고 있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커지거나 외국인 자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재개되면 환율이 다시 1,500원선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지속 여부, 외국인 자금 방향,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이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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