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 보유량, 미국 금리 인상 충격 완화의 열쇠

| 토큰포스트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화와 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미국 금리 인상 때 자국 통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는 충격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세계 금융시장에 곧바로 파급되는 구조에서, 외환보유액의 규모뿐 아니라 어떤 자산으로 채워져 있는지가 방어력에 차이를 만든다는 뜻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경제연구원은 최근 ‘최신 해외학술 정보’를 통해 ‘지정학적 분절 시대의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와 외환 및 금 준비자산’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은 조슈아 아이젠먼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자멜 사다위 파리 제8대 경제학 교수, 가지 살라 우딘 린셰핑대 교수, 야고 나오키 레딩대 조교수 등이 작성했다. 연구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 밖으로 기준금리를 10bp(1bp는 0.01%포인트) 올리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 통화가 평균 0.4%가량 절하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달러 자산과 금 보유량이 평균보다 많은 국가는 이런 충격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달러화 표시 외환보유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분석 대상국 평균보다 20.4%포인트 높을 경우 통화가치 절하 폭은 최대 0.1%포인트 축소됐다. 금 보유량도 GDP 대비 비중이 평균보다 1.9%포인트 높으면 절하 폭이 0.04%포인트 줄었다. 반면 비달러화 자산은 이런 완충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금의 방어 효과가 달러 자산보다는 작지만, 금융 제재나 국제결제망 불안 같은 상황에 대비하는 보완적 준비자산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달러 표시 대외부채가 많은 나라는 미국 긴축 때 통화가 더 크게 흔들렸는데, 동시에 달러와 금 보유의 완충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등 선진국과 신흥국 18개국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23년까지의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전후 30분 동안의 분 단위 환율 움직임을 살펴 미국 긴축 충격을 추출했고, 이를 각국의 외환·금 보유고, 달러 노출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및 레포 라인 보유 여부와 결합해 비교했다. 여기서 레포 라인은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장치다. 한은 경제연구원도 미 긴축 같은 대외 충격에 대응하려면 외환보유액 총량만 볼 것이 아니라 달러·금을 포함한 준비자산 구성과 국제 유동성 안전망 접근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최근 한국은행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이번 연구의 직접 분석 대상은 아니지만, 한은은 최근 금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을 통한 금 준비자산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9위였고,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그쳤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았는데, 채권이나 주식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반면 외환보유액 중 미국 달러화 비중은 지난해 말 69.5%로 세계 평균 56.8%를 웃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고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양적 확대보다 달러와 금의 배합, 그리고 통화스와프와 레포 라인 같은 비상 조달망을 함께 점검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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