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2026년 2분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를 앞세워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지만, 수출이 이를 상쇄하면서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제시한 2분기 전망치 0.2%를 0.4%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반등한 뒤 2분기에도 플러스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1분기 3.8%, 2분기 3.7%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성장의 중심에는 수출이 있었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1.4% 늘었고, 수입도 자동차와 기계·장비를 위주로 0.8% 증가했다. 수입보다 수출 증가 폭이 더 커지면서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값)이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내수도 완전히 부진한 모습은 아니었다.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 역시 0.3%포인트로 집계됐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함께 늘어 0.4% 증가했고 성장 기여도도 0.2%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소비는 0.2% 늘었지만 성장 기여도는 0.0%포인트였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각 0.0%포인트에 그쳤다.
세부 항목을 보면 경기의 결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건설투자는 토목 건설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업종별로도 건설업은 1.9% 줄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에 힘입어 0.2% 증가했다. 특히 지식재산생산물투자(연구개발,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자산 투자)는 3.3% 늘어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광학기기 중심으로 1.2% 성장했고, 서비스업도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금융·보험업, 정보통신업 호조에 힘입어 1.1% 증가했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사업은 1.3%, 농림어업은 7.1% 감소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실질 국내총소득(GDI)의 급등이다. 2분기 실질 GDI는 지난해 2분기보다 15.6% 증가해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질 GDI는 한 나라가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쉽게 말해 같은 양을 팔아도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통화정책과 경기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성장 구조가 이어지는 만큼, 반도체 업황과 국제유가, 중동 정세 변화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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