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감사인 지정 제도를 손질하면서, 감사품질이 뛰어난 중견 회계법인도 앞으로는 대형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형 회계법인에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감시기구 설치를 의무화해 내부 견제 장치도 함께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규정변경예고했다. 지금까지는 회계사 수와 손해배상능력 등을 기준으로 회계법인을 가군부터 라군까지 나눠 관리했고, 대형 상장사는 사실상 대형 회계법인인 가군만 지정감사인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개편은 이런 구조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감사 역량이 있는 중견 회계법인의 성장 기회를 좁힌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 회계법인에 상위군 감사시장 진입 기회를 주되, 그에 맞는 책임 부담도 더 크게 지우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손해배상능력 요구 수준이 기존보다 2배 높아지고, 군 상향 특례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이에 따라 감사품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중견 회계법인은 대형 상장사 감사를 맡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더 큰 기업을 감사하는 만큼, 상위군 상장사 감사를 할 때는 기준보다 1.5배 추가로 손해배상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감사 실패에 따른 투자자 피해 가능성까지 고려해 진입 문턱과 책임 요건을 동시에 조정한 셈이다.
감사인 지정 점수 산정 방식도 바뀐다. 금융당국은 감사품질 수준에 따라 최대 10% 감점을 적용하고, 같은 군 안에서 상대평가를 도입해 회계법인 간 품질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규모가 큰 회계법인에 유리한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감사 수행 능력과 품질관리 수준이 지정 과정에 더 직접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외부감사는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믿을 만한지 점검하는 절차인 만큼, 감사인의 독립성과 품질은 자본시장의 신뢰와 직결된다.
대형 회계법인의 내부 통제도 한층 엄격해진다. 앞으로 대형 회계법인은 과반수를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채운 ‘감사품질 감독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동안 내부 파트너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사결정 구조에 외부 감시를 본격적으로 들여오겠다는 의미다.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대표이사 자격요건도 조정된다. 현재는 대표이사가 회계처리나 외부감사 경력 10년 이상이면 됐지만, 앞으로는 대표이사에게 7년 이상의 외부감사 경력을 요구하고, 품질관리업무 담당 이사에게는 5년 이상의 외부감사 경력을 별도로 요구해 품질관리 책임을 더 분명히 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날부터 9월 2일까지 규정변경예고를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회계법인 간 경쟁 구도를 바꾸는 동시에, 감사품질과 책임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국내 외부감사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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