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가 5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하면서, 지방공기업도 경영 성과와 자금조달을 직접 연동하는 ESG 금융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돈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리 약속한 공공주택 공급 목표를 실제로 달성해야 금융 조건이 유지되는 구조라는 점이 이번 발행의 핵심이다.
인천도시공사(iH)는 24일 국내 지방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조달한 자금을 특정 친환경 사업에만 쓰도록 제한하는 일반적인 ESG 채권과는 다소 다르다. 발행기관이 사전에 정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금리나 수수료 같은 재무 조건이 바뀌는 방식이어서, 자금조달과 경영 책임을 함께 묶는 금융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번 채권에서 인천도시공사가 내건 핵심 성과지표는 ‘적정 가격으로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이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공공주택 1만1천호 이상을 누적 공급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공기업이 채권 발행 단계에서 주택 공급량을 수치로 약속했다는 점은, 공공주택 정책을 재원 조달과 연결해 시장에 공적으로 검증받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공공주택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성과를 금융시장 평가와 직접 연결한 셈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책임도 분명하다. 인천도시공사는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원금과 미이행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주택개량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에도 채권 발행 총액의 0.2%를 내야 한다. 발행기관이 성과 미달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도록 설계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선언보다 한층 강한 이행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ESG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금전적 책임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지방공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역 공기업도 주택, 교통, 환경 같은 공공정책 목표를 금융시장과 연계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특히 성과를 수치로 제시하고 미달 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은 공공부문의 책임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채권이 확산하려면 목표 자체가 과도하게 낙관적이지 않은지, 실제 성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점검할 수 있는지가 함께 검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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