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실거주 1주택의 세 부담은 유지하되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을 다시 손질하는 방향의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는 보유 단계의 종합부동산세와 처분 단계의 양도소득세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세제 분야 발제를 맡은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실거주 목적의 1주택 가운데 일정 가격 이하 주택은 지금 수준의 세 부담을 유지하거나 낮추고, 반대로 가격이 매우 높은 1주택에는 공제 한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기준은 시장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개편의 핵심은 단순히 집을 보유하고 있는지보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를 더 중시하는 방향이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는 기존의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바꾸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매길 때 공시가격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정하는 장치인데, 이 비율이 바뀌면 실제 세 부담도 달라진다. 고령자의 실거주 1주택에는 납부 유예 요건을 완화하자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소득은 많지 않지만 집값 상승으로 세 부담이 커진 고령층의 현실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양도소득세 역시 같은 흐름에서 손질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실거주 1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이 혜택도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재편해 실제 거주하지 않은 주택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거주 1주택이라도 매각 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반면 은퇴한 고령자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에는 한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는 고령층의 주거 이동을 돕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를 함께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토론회에서는 세제 외에 금융과 공급 측면의 보완책도 함께 제시됐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 지원과 관련해 정책 모기지 확대와 청년 대상 대출 확대를 언급하면서도, 실제 실수요자를 어떻게 가려낼지, 임차 수요와 매매 수요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의 목적 외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보증 축소나 연도별 감축 목표 설정 등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고, 정비사업 과정에서 활용되는 이주비 대출도 기술적인 검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공급 분야 발제자인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업성이 낮아 정비가 멈춘 지역에 정부가 선별적으로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급자 금융 지원, 주택 수 제외 특례 연장 같은 세제 지원, 원스톱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고, 민간 임대시장의 중간 역할을 맡을 사업자를 키워 임대주택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집값 억제만을 목표로 한 규제 강화보다 실거주 보호와 과세 형평성, 공급 보완을 함께 맞추려는 쪽으로 정책 무게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기준, 다주택자 세부담 조정 수준, 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 가능성, 종부세 수입 활용 방식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이 적지 않아 실제 제도화까지는 추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부동산 세제를 보유 자체보다 거주 목적과 시장 기능에 맞춰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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