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4일 중동발 긴장 완화와 저가매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같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1,430원 안팎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32.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1,431.8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께 1,433.6원까지 올랐고, 오전 11시 10분께에는 1,421.0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다시 반등해 장중 내내 1,430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하루 동안 상승과 하락 재료가 번갈아 반영되면서 사실상 보합권 흐름을 보인 셈이다.
환율 하락 쪽으로는 중동 정세 완화가 영향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예고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대화 재개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3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과 현재 대화 중이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4일까지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위험이 누그러지자 국제유가도 빠르게 내렸다.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7% 하락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0.34달러로 5.1%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나라의 달러 수요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환율이 쉽게 1,42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것은 달러를 싼값에 사두려는 수요와 외국인 자금 흐름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불과 한 달 전 1,560원에 육박했던 만큼, 지금 수준을 저점으로 보고 달러를 매수하려는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여기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3천70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이틀째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점도 원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면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 자금 유입은 환율을 낮추는 재료로 거론됐다. 결국 외환시장은 위험 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 요인과 자금 유출에 따른 원화 약세 요인이 맞부딪힌 상태였다.
달러 흐름 자체도 다시 강해지는 모습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081 오른 100.03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1일 약 한 달 반 만에 100선 아래로 내려갔지만, 3거래일 만에 다시 100을 웃돌았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4% 오른 157.676이었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8.26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5원 내렸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외국인 자금 이동이 당분간 함께 환율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불안이 더 진정되면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달러 강세와 저가매수 심리가 이어지면 1,430원선 부근의 박스권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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