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2조5000억원 입찰에도 수요 약했다

| 정민석 기자

국내 채권시장이 국고채 30년물 입찰 부진과 내년도 국채 발행 부담을 동시에 맞았다. 초장기물 수요가 약한 가운데 재정 확대, 미국 장기금리 상승, 물가 경계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국고채 30년물 신규 지표물 26-8호 선매출 입찰은 예상보다 약한 수요를 보였다. 재정경제부가 이달 30년물 발행 물량을 전달보다 3000억원 줄인 2조5000억원으로 조정했지만 고금리 환경에서 초장기물 매수세를 되살리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초장기물 약세에는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수요 약화, 신규 지표물 공급 부담, 기금·외국인·투신 수요 공백, 공격적 숏 포지션이 함께 작용했다. 보험사는 금리 수준과 지급여력제도(K-ICS) 여건에 민감해졌고, 발행 물량 조정만으로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가 드러났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30년물 입찰 가격은 시장 거래가격보다 조금 높았는데, 입찰 물량이 줄어든 점과 신규 지표물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수요가 탄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보험사들이 장기채를 매수할 유인이 줄어드는데, 현재 보유 중인 물건과 균형을 맞추려면 금리가 내려가거나 보유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고채 입찰은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시장이 어느 가격과 금리에서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수요가 약하면 채권 가격은 낮아지고 금리는 오르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만기가 긴 국고채는 장기 투자자 수요와 발행 물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년도 예산안도 장기물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채권시장이 주목한 내년도 국고채 총발행 규모는 222조8000억원으로 제시됐고, 만기별 발행 비중은 연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서 "지금 금리 상승은 피할 수가 없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이 정교한 역할 분담에 나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 상승과 재정 역할 확대를 함께 의식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번 흐름은 본지가 앞서 30년물과 10년물 금리차가 확대된 흐름을 전한 뒤 이어진 초장기물 수급 부담의 후속 상황이다. 당시 시장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소화한 뒤 국고채 수급과 미국 금리 기대가 새 방향을 정할 재료가 될 것으로 봤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다시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올랐고, 미국 장기금리도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아시아 거래에서 한때 4.789%까지 오르며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장 재정 기조는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제한적이며, 향후 구체적인 재정 운용 틀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대외 기간 프리미엄과 확장 재정 기조가 금리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봤다.

단기물은 외국인 국채선물 대량 매도에도 통화안정증권 바이백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지지됐다. 통화안정증권 바이백은 한국은행이 이미 발행한 통안채를 시장에서 되사는 조치로, 단기자금 여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오는 10일 국고채 만기와 신규 지표물 교체에 따른 수급 요인이 지나간 뒤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별도 확인 대상이다. 이날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동향도 시장이 확인할 재료로 남아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관련 수요가 없고, 국내에서도 보험사 수요가 약화된 상황인데 국고채 공급도 많이 줄지 않아서 시장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채 금리가 더 많이 오르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미국이 금리 인상하며 물가 대응 의지를 보여주면 채권금리가 안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시장에는 직접 변수보다 간접 지표에 가깝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며, 만기가 긴 국고채는 입찰 물량과 장기 투자자 수요 변화에 민감하다. 국내 금리 변화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미친 직접 영향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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