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밀 전날 오전 고점서 약 7% 하락

| 강이안 기자

시카고 밀 선물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평화 합의 가능성 발언 뒤 2% 넘게 하락했다. 흑해 항로 차질로 붙었던 곡물 시장의 전쟁 프리미엄이 일부 되돌려졌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3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기회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견해로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먼저 합의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 등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밀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앞서 흑해 지역 항만과 상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밀 가격은 3년여 만의 고점권까지 올랐지만, 평화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자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헤지(ZeroHedge)는 최다 거래 시카고 밀 계약이 전날 오전 고점 이후 약 7% 하락했다고 전했다. 밤사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곡물 가격을 밀어 올렸던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일부 빠졌다는 설명이다.

흑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국제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두 나라는 세계 밀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보리와 옥수수, 해바라기유 공급에서도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항만과 선박을 둘러싼 군사 긴장은 곡물 선물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 실제 운항 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보험료, 선적 지연, 대체 항로 비용이 가격에 먼저 붙는 구조다.

아시아 수입국도 대체 조달에 나섰다. 로이터는 3일 무역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아시아 밀 수입업체들이 최근 호주와 아르헨티나산 밀 최소 50만t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스리랑카 등은 흑해산 밀을 수입해 온 국가들이다. 일부 제분업체는 흑해 물량 도착 지연에 대비해 컨테이너 물량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루나스 세벨리스(Sarunas Cebelis) ETG코모디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달 밀 랠리의 80~90%는 흑해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 협상 가능성만으로도 그동안 쌓인 위험 프리미엄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평화 합의가 가시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상선 공격과 러시아 영공 관련 경고가 양자 평화회담 전망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안드리 시비하(Andrii Sybiha)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평화 노력에 “새로운 역동성”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조건이나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외교 접촉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본지는 앞서 미·러·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 구상이 러시아 측에 전달된 정황과 크렘린궁의 사전 합의 요구를 전한 바 있다.

곡물 시장은 지정학 변수와 기상 변수를 함께 반영하고 있다. 제로헤지는 지난달 블룸버그 농업 현물지수가 흑해 차질과 엘니뇨 관련 작황 위험을 배경으로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에도 원가 경로를 통해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 밀은 제분, 제과, 라면, 사료 등 식품·가공 산업의 기초 원재료인 만큼 국제 가격 변동은 시차를 두고 수입 단가와 제품 원가에 반영된다.

밀 가격이 실제로 안정될지는 흑해 항로의 운항 재개 여부와 수입국의 대체 조달 비용에 달려 있다. 현재 시장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보다 항만·상선 공격 중단 여부와 선적 흐름 회복을 더 확인해야 하는 국면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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