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약 3조6100억엔(약 235억달러·약 31조5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누적된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 엔화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금융선물업협회와 도쿄금융거래소 자료를 종합해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8월보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순매도 포지션은 7월 한때 4조4100억엔까지 늘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규모가 일부 줄었지만 엔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3조엔대 포지션이 남아 있다.
엔화 순매도는 엔화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달러를 매수하거나 엔화를 매도한 거래 잔액을 뜻한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엔화가 오르면 매도하고, 내리면 매수하는 역방향 거래 성향을 보여왔다.
엔화가 계속 오르면 달러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손실을 제한하려는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 엔화 강세가 더 자극될 수 있다.
나카지마 마사유키(Masayuki Nakajima) 미즈호은행 전략가는 “엔화가 계속 강해지면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달러 매수 포지션을 정리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매도와 엔화 매수가 동시에 발생하면 엔화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포지션 규모만으로 실제 청산 시점이나 환율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고, 환율이 다시 반대로 움직이면 순매도 포지션이 수익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엔화 강세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전략가들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고 달러·엔 환율이 150엔 안팎에 가까워질수록 정책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일본은행이 추가 긴축 신호를 내놓거나 일본 수출기업이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돌리면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두 요인은 엔화 매수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옵션시장에서도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자료에서는 화요일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달러·엔 옵션이 11월 만기, 행사가 142.86엔의 풋옵션으로 나타났다.
연말 만기 달러·엔 풋옵션 거래량은 콜옵션의 3배를 넘었다.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50~152엔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반영한 거래가 나타났고, 일부 12개월물 옵션은 140엔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반영했다.
풋옵션은 특정 가격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살 수 있는 권리다. 거래량 증가는 해당 가격대 아래로 달러·엔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에 대비하거나 베팅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엔화 흐름은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받는다. 일본은행이 긴축 신호를 강화하면 엔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고,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가 달러 가치에 영향을 주면 달러·엔 환율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행의 물가 전망과 금리 변수가 엔화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처럼 일본의 정책 신호는 환율 판단의 주요 변수로 다뤄져 왔다. 다만 이번 순매도 포지션이 실제 청산 물량으로 전환될지는 환율 움직임과 중앙은행 발언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본 개인투자자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엔화 약세를 예상한 거래가 상당 규모로 쌓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일본은행과 미국 연준의 정책 신호, 그리고 개인투자자 포지션의 실제 변화로 이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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