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7조4339억원…주주환원에 자본관리 부담

| 서도윤 기자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확대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겹치면서 은행권의 자본관리 부담이 커졌다. 다만 은행의 이익창출력과 자본적정성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 김연수 수석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권은 고금리 장기화와 기업여신 성장 등에 힘입어 과거 대비 이익창출력이 강화됐으며 이익의 내부 유보 확대로 이어지며 자본적정성을 제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주주환원 확대 기조와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중첩되면서 자본비율 개선세가 둔화하는 등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자본적정성은 2021~2022년 기업여신 확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영향으로 하락했다. 2023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는 누적 이익잉여금의 내부 유보와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바탕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주요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3분기 고점을 기록한 뒤 4분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은행별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CET1은 은행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 부실이나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커지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늘면 내부에 유보되는 자본은 줄어들 수 있다.

주주환원 확대는 2024년부터 본격화된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렸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높였다. 일부 금융지주사는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제시했다.

시중은행지주의 자회사 배당금 유입 총액은 2021년 5조2123억원에서 2025년 9조856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배당금도 3조4828억원에서 7조4339억원으로 증가했다.

배당금은 금융지주사가 핵심 자회사인 은행에서 이익을 회수하는 주요 수단이다. 지주사의 주주환원 재원이 커질수록 은행이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늘어 자체 이익을 내부에 쌓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도 은행의 배당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계열사에 자금을 출자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은행의 자본 확충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국내 은행권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막론하고 금융지주사의 확대된 주주환원과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출자 수요를 상당 부분 부담하면서 자체적인 이익 유보 및 자본축적 여력이 제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은 은행의 내부 자본 확충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은행권의 자본 부담은 위험가중치와 신규 여신 증가가 맞물리는 부동산 금융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주환원과 여신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 자본비율 관리에서 은행별 차이가 커질 수 있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의 수익성이 당분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2026~2028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2025년 시중은행 0.65%, 지방은행 0.62%보다 소폭 낮아지더라도 0.60%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ROA는 총자산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이 자산을 활용해 이익을 내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익성이 일정 수준 유지되면 배당 확대와 자본 축적 사이의 부담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비은행 계열사 출자와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계속되면 자본관리 압박은 남는다.

김 연구원은 “나신평은 금융지주사의 자본 정책 전개 방향과 함께 개별 은행의 자본 축적 수준과 자본적정성 유지 여부를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삼고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자본 정책과 개별 은행의 자본비율 흐름이 향후 신용도 판단의 주요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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