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9월 물가상승률이 3.8%로 올랐지만, 에너지발 가격 상승이 소비 품목 전반으로 번졌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올리 렌(Olli Rehn) 핀란드은행 총재가 밝혔다.
렌 총재는 20일 CEPS 거시경제 그룹 웨비나에서 “물가 상승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광범위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를 판단할 때 에너지 가격 자체보다 그 상승분이 다른 물가와 임금으로 번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핀란드은행(Bank of Finland)이 공개한 연설문에서 렌 총재는 9월 에너지 물가상승률을 18.9%,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을 2.5%로 제시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정제·유통 과정의 비용이 소비자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세는 일부 품목에 집중됐다. 소비자물가지수 하위 항목 136개 가운데 상승률이 5%를 넘은 것은 19개였으며, 오름세는 연료·전기·운송 서비스처럼 에너지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연결된 품목에 나타났다.
렌 총재는 노동 수요가 약해지고 임금 상승도 비교적 완만해 에너지 충격이 기조 물가로 이어지는 ‘2차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 압력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지는 계속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10일 세 가지 주요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렌 총재는 물가 전망과 중동 분쟁의 위험을 고려하면 당시 인상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미리 정하지 않고 물가 전망과 기조 물가의 움직임,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회의마다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2분기 성장률은 0.6%였지만, 변동성이 큰 아일랜드 GDP 대신 수정 국내수요를 반영한 지표에서는 상반기 분기 성장률이 0.3% 수준으로 안정적이었다. 렌 총재는 아일랜드 소재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유로존 분기 GDP 수치를 크게 흔든다고 설명했다.
ECB의 9월 거시경제 전망은 유로존의 2027년 성장률을 1.4%, 연간 물가상승률을 2.5%로 제시했다. 에너지 충격이 더 강하고 오래 이어지는 심각한 대안 시나리오에서는 같은 해 성장률이 0.4%, 물가상승률이 5.4%로 제시됐다. 이 수치는 충격 강도에 따른 가정이다.
렌 총재는 통화정책과 별개로 유럽의 방위·에너지·생산성 투자를 과제로 꼽았다. 공동 방위 투자와 조달, 재생에너지·원자력 투자, 저축·투자연합을 통한 자본시장 통합을 제안했다. 디지털 서비스와 기업 투자, 수출에서 인공지능 관련 활동이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렌 총재는 ECB가 12월 회의에서 갱신된 거시경제 전망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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