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 연구진이 10년 뒤 기술 기반 신규 은행 모델이 은행권 자산의 3~27%를 차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11월 워킹페이퍼 1391호에서 제시했다. 전통 은행은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자산의 약 4분의 3을 유지하지만, 결제와 대출을 비롯한 고객 접점에서는 더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150개 이상 관할권의 은행 약 9000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저자들은 은행의 사업 방식을 전통적 모델 세 가지와 신흥 기술 기반 모델 세 가지로 나눴다. 제시된 수치는 확정 전망이 아니라 기술, 규제, 소비자 선호가 달라질 때를 가정한 결과다.
현재 기술 기반 신규 모델의 자산은 은행권 전체의 2% 미만이다. 보고서의 10년 뒤 추세 연장 기준선은 약 3.5%지만, 네 가지 시나리오에서는 3~27%로 갈린다. 저자들은 변화의 조건을 이렇게 나눴다. △기술 확산이 느린 '완만한 전환'은 신흥 모델의 자산 비중이 5% 미만이다. △디지털 이용이 늘고 규제 범위가 유지되는 '기술 가속'은 15~20%다. △기술 확산과 진입에 우호적인 규제, 강한 소비자 선호가 겹치는 '플랫폼 확장'은 20~30%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가 겹치면 약 3%로 제시됐다. 각 값은 시나리오의 대략적인 중심 경로다.
저자들은 자산 비중만으로 경쟁의 크기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술 기반 모델이 은행권 수익의 약 40%를 놓고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규 업체가 그만큼의 수익을 확보했다는 뜻이 아니다. 결제, 대출 연결, 상품 판매와 자문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직접 보유하지 않는 사업자가 맡을 수 있고, 고객이 쓰는 창구가 바뀌어도 예금의 법적 청구권은 은행에 남을 수 있다. 보고서는 플랫폼 확장 시나리오에서 신규 사업자의 대출 연결 비중이 자산 비중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채널이 예금을 옮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인다고 짚었다. 예금이 더 빠르게 빠져나가면 자금 조달 문제가 자본 문제로 번지기 전 은행과 감독당국이 대응할 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 순이자이익 대신 수수료와 플랫폼 수익의 비중이 커지면 이익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전통 은행 내부의 변화는 이미 진행됐다. 보고서가 분류한 소매·상업은행 모델의 세계 은행 자산 비중은 2005년 48%에서 2024년 22%로 줄었고, 같은 기간 종합은행 모델은 35%에서 67%로 늘었다. 저자들은 사이버 보안과 기술 위험 관리에 드는 고정비가 규모가 큰 은행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정치·지정학·기후 요인을 거시금융과 규제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 배경 조건으로 다뤘다. 150여 개 관할권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어서 국내 은행에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저자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공통으로 적용할 감독 과제로 △디지털 예금 유출 가정 재점검 △운영 및 제3자 의존 위험 대응 △취약한 수익성을 건전성 위험으로 취급 △신흥 모델 관련 데이터 개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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