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경쟁 본격화…美 GENIUS 법안, 디지털 달러 주도권 노린다

| 이도현 기자

미국과 글로벌 금융 당국이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본격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의 변화를 집중 분석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법안과 규제의 우선순위를 조명했다.

미국 상원의 ‘GENIUS 법안’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 달러의 디지털 주도권 확보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는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및 발행 기준을 연방 차원에서 명확히 하며, 지급용 스테이블코인과 이자형 스테이블코인을 구분해 각기 다른 규제 틀을 적용하도록 한다. 발의자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이 법안의 취지에 대해 “디지털 자산 시대의 금융 리더십을 미국의 손에 쥐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GENIUS 법안이 미국 국채 수요 확대, 소비자 보호 강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신뢰성 제고라는 복합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준비금 요건, 회계 감사 범위 등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며, 규제를 통과한 발행자에게는 명확한 규제 확실성을 제공한다. 반면 이자를 지급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 역시 자체적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는 리포트를 통해 뉴욕, 텍사스, 와이오밍 등 여러 주가 독립적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과 발행 조건을 마련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연방법과의 조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법체계의 복잡성이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확장에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국제 규제 기관도 관망에 머물지 않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23년 7월 발표한 고위급 권고안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1:1 고품질 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상환 가능성을 유지하며, 준비금과 관련된 회복 계획을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제증권위원회기구(IOSCO)는 암호자산 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독립 감사, 고객 자산 분리 보관, 투명한 보고 체계를 강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규제 진화는 결국 스테이블코인 오퍼레이터들에게 규제를 준수하는 능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기관투자자 유입과 실제 결제 인프라 통합의 기반이 되며,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의 신뢰 제고에도 필수적이다.

메사리 리서치는 글로벌 정책 변화가 단순한 통제 차원을 넘어서 기술 혁신과 경제 주도권의 향배를 가르는 게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정책 전개 과정은 이제 각국 정부가 디지털 통화 체제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할 것인지 명확히 규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