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비트코인 추월하며 시장 중심 복귀…카이코 “유동성과 ETF 수요가 견인”

| 이도현 기자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더리움(ETH)이 비트코인(BTC)을 앞지르며 주요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 무대로 복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더리움은 2021년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뒤에도 거래량과 유동성이 강세를 보이며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쌍 확대와 리플(XRP)에 대한 기관 투자 매집도 주요 시장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더리움은 일시적으로 4996달러까지 급등하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금요일 하루 만에 600달러 이상 급등한 이더리움은 일요일에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간 뒤 일부 수익 실현 매물로 하락했지만, 월요일 기준으로 여전히 46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높은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상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자극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BTC 대비 ETH 가격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이코 리서치는 지난 7월 이후 이더리움 가격 상승률이 비트코인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 같은 트렌드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과 기업 중국 법인의 재무 매입 가능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이더리움의 거래량 회전율은 여러 주요 중앙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앞섰고, 전체 거래량에서 이더리움이 차지하는 비중도 56%를 상회하며 수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카이코에 따르면, 이더리움 매수·매도 호가창의 깊이는 기록적 수준에 근접해 있는데, 이는 체결 품질 개선과 거래 효율성 제고를 의미한다. 비록 최근 매도 호가가 매수 호가를 웃도는 패턴이 나타나 단기 저항을 시사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더리움 시장의 유동성은 한층 건전해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더리움의 내재 변동성은 8월 중순 이후 하락세를 보여오다, 잭슨홀 영향으로 단기물에서 일시 반등했으나 여전히 전반적인 기대 변동성은 완화 추세에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미국 거래소들이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거래쌍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7월에는 신규 상장된 스테이블코인 거래쌍 수가 사상 처음으로 법정화폐 쌍을 앞질렀다. 이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규제 체계 내로 편입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거래량 자체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쌍의 유동성 부족도 대형 기관 투자자의 진입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 접근 수단으로 자리잡으며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JPYC는 최근 최초로 엔화 연동 토큰 발행 라이선스를 획득했으며, 한국과 브라질도 각각 원화 및 헤알 기반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테더(USDT)와 서클(Circle)의 USDC가 유동성과 통합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신규 프로젝트에게는 진입장벽이 남아 있는 셈이다.

2025년 대형 알트코인 포트폴리오 성과 분석에서는 리플(XRP)이 이더리움과 함께 두각을 나타냈다. 카이코 리서치는 5개 대형 알트코인(이더리움, 리플, 에이다, 도지, 솔라나)를 대상으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이더리움 50%, 리플 44%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샤프 비율 0.96으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도지에 과도하게 치중된 포트폴리오는 가장 낮은 성과를 나타내며,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금 시장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7월에는 비트코인/금 비율이 36까지 치솟은 후, 8월에도 34 수준에서 안정세를 지속하며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확인했다. 미국 세관이 스위스산 금괴에 대한 무역세 부과 방침을 명확히 한 점도 금 시장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이 적고 변동성과 유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으로의 분산투자가 더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카이코 리서치는 암호화폐 시장이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새로운 순환 장세에 접어들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과 리플이 각각 규제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점차 변동성 완화 속에 구조적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투자 전략 수립에 결정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