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콩, 세계 첫 위안화 디지털 채권…달러 패권만 더 키울 수 있는 역설

| 토큰포스트

홍콩이 세계 최초로 퍼블릭 블록체인에 위안화 표시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8월 1일 새로운 디지털 자산 규제 틀을 도입한 지 불과 30일 만이다. 중국 국영기업 선전 푸톈 인베스트먼트 홀딩스가 발행한 5억 위안(약 7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은 피치(Fitch)에서 A- 등급을 받았고, 심천과 마카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하다고 발표됐다.

겉으로만 보면 이는 달러에 편중된 글로벌 디지털 금융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달러에 고정돼 있고, 미국은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기반 디지털 자산 실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정작 이번 채권 발행은 아직 이더스캔(Etherscan) 같은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이 투명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지가 앞선 나머지 기술적 적용이 뒤따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이다. 홍콩 금융 시스템의 근간은 홍콩달러이고,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와 페그되어 있다. 위안화 자산을 확대하려면 오히려 달러 자산을 더 쌓아야 한다. 위안화를 블록체인에 올려 국제화를 시도했지만, 안정적 운용을 위해 결국 달러를 더 매입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실험은 달러 패권을 흔드는 대신 오히려 미국 국채 수요를 키우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 본토는 자본 통제를 유지하며 암호화폐 거래도 금지하고 있다. 대신 홍콩을 앞세워 위안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지만, 홍콩 내 위안화 유동성은 제한적이다. 중앙은행이 단기 자금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언제든 흡수될 수 있어 예측 불가능하다. 결국 위안화 블록체인 실험은 제약이 많고, 안정성을 뒷받침할 달러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홍콩은 30일 만에 규제와 실행을 연결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도와 혁신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 원화 기반 토큰화 채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달러와 위안화가 주도하는 디지털 통화 전쟁에서 변방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위안화 채권 발행은 중국의 야심찬 도전이자, 동시에 달러 패권의 견고함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다. 종이 채권이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미국 달러의 위상은 여전히 단단하다. 한국이 원화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새로운 무대에서 우리 통화는 존재감조차 잃을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