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단 30일 만에 가상자산 규제 도입에서 블록체인 기반 채권 발행까지 이어가며 금융 혁신의 속도를 입증했다. 지난 8월 1일 홍콩 정부가 새로운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가동한 지 불과 한 달 만인 9월 1일, 중국 국영기업인 선전 푸톈 인베스트먼트 홀딩스가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에 위안화 표시 디지털 채권을 공개 발행한 것이다. 발행 규모는 5억 위안(약 7천만 달러)으로, 쿠폰 금리 2.62%,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채권은 현재 선전과 마카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실제 거래되고 있다.
이 채권 발행의 의미는 ‘공개성’에 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나온 토큰화 채권은 대부분 사모 형태로 제한적인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공개 발행으로 진행돼 일반 투자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확대하는 조치로 평가받는다.
홍콩은 이 과정에서 속도를 입증했다. 8월 초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고, 불과 몇 주 만에 77개 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신청 의향을 밝혔으며, 그 직후 첫 토큰화 채권이 발행됐다. 규제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 몇 년씩 벌어지는 다른 금융 허브와 달리, 홍콩은 “아시아는 논쟁보다 실행으로 답한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효과는 구체적이다. 결제 기간은 며칠에서 몇 분으로 단축됐고, 운영 비용은 약 90% 줄었으며, 중개 수수료는 사실상 사라졌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금융 운영의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이 같은 모델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하고, 전통 거래소에 상장한 뒤, 투자자가 선택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행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더리움 퍼블릭 체인 위에 구축된 이번 구조가 향후에는 레이어2 네트워크로 확장되며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처리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록체인 채권 발행이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콩은 이번 사례를 통해 금융 혁신에 필요한 것이 장기간의 협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필요한 것은 명확한 규칙과 실행을 허용하는 용기였다. 단 30일 만에 종이 채권을 블록체인 위로 옮긴 홍콩의 선택은 아시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앞으로 자본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새로운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