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통화 질서의 설계 언어이자, 국가 간 패권 경쟁의 도구로 변하고 있다. 이선민 인하대 교수의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디지털 통화 전환기를 ‘금융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한 국내 최초의 체계적 저작이다. 토큰포스트 북클럽은 이번 연재를 통해 비트코인 전략보유,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그리고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의 본질을 다섯 편의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때 ‘사이버 머니’로 치부되던 비트코인이 이제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대』에서 이선민 인하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개인의 투기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할 금융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비트코인의 전략적 보유는 단순한 투자 행위가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과 금융안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전략보유, ‘국가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축

각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금, 국채,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국가의 재무 안정성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엘살바도르·아르헨티나·러시아·중국·미국 일부 주정부 등은 비트코인을 ‘공공 자산’으로 보유하거나 이를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선민 교수는 이를 “디지털 금(金)”의 출현으로 해석한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 아니라, 금융위기와 통화 불안 속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안전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금융 안정성의 확보

전통적인 외환보유액은 대부분 달러화 자산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달러 금리가 급등하거나, 지정학적 제재가 강화될 경우 국가 재정은 달러 중심 시스템에 종속된다.

비트코인을 일정 비율 편입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완화 전략으로 작용한다.

또한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제재나 금융 시스템 마비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즉, “국가의 금융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 자산”이 되는 셈이다.

‘달러 패권’ 강화인가, 새로운 위협인가

비트코인의 부상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달러 패권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가 여전히 달러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확산될수록 미국 금융권의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이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트코인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는 대체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러시아, 이란, 중국 등 서방 금융망에서 배제된 국가들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달러 기반 결제를 우회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동시에 달러의 연장선이자, 달러의 대안이다.” 이선민 교수의 분석이다.

채굴의 지정학 —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비트코인 채굴은 더 이상 ‘기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채굴을 위한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공급망은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중국의 채굴 금지 이후, 미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이 잇따라 채굴 산업을 유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선민 교수는 “채굴은 단순히 코인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에너지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경제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채굴을 통제하는 나라는 미래의 디지털 에너지 시장을 통제하는 나라가 된다.

마무리 – 비트코인은 이제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경고한다.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나라는,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더 이상 ‘사적인 돈’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통화 안보와 에너지 주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무기다.

📖 다음 연재에서는, 비트코인 이후 등장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어떻게 실물 경제 속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 ‘스테이블코인의 시대’인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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