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리서치, SIGN 프로젝트 조명…'거버넌스 레이어의 USDC' 가능성 분석

| 이도현 기자

케이원 리서치(K1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권 기반 인증과 온체인 거버넌스의 결합을 통해 초국가적 디지털 인프라를 구현하려는 프로젝트 SIGN의 전략을 조명했다. 리서치는 SIGN이 금융과 거버넌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거버넌스 레이어의 USDC’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IGN은 수백 개의 블록체인들이 경쟁하는 금융 인프라 영역이 아닌, 주권 인증과 거버넌스라는 미개척 분야를 선점하며 희소한 포지셔닝을 확보했다. SIGN은 국가 단위의 디지털 신원, 복지, 재산권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3단계 구조—주권 블록체인, 인증 네트워크(Sign Protocol), 프로그래머블 분배 시스템(TokenTable)—를 갖춘 온체인 국가 인프라다.

SIGN의 구조는 철저히 실용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예컨대, 주권형 레이어 2 체인은 국가 정책에 맞게 커스터마이즈 가능하며, KYC를 체인 수준에서 강제하고 주소 기반 접근 제어를 탑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체인의 도입은 정부 블록체인이 국가 행정의 기본 원장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열어준다. 케이원 리서치는 이와 관련된 기술 설계와 유스케이스를 상세히 분석하며 SIGN이 일부 국가와 구체적인 구축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Sign Protocol은 온체인 ID, 자격 증명, 재산권 인증 등 다양한 인증 요구를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DID 시스템을 넘어, 실제 국가 인프라로 적용할 수 있는 완결형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ZK(영지식증명) 기술 채택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TokenTable은 정부 재정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인 복지·보조금 분배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조절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AI 기반 소비 분석을 통해 맞춤형 소비 쿠폰을 발행하거나, 의료 기록 기반 보험 지급액을 자동 조정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프로그래머블 경제 정책 실현을 가능케 한다고 리서치는 밝혔다.

케이원 리서치는 또한, SIGN 인프라가 향후 등장할 AGI(범용 인공지능)의 규제 및 신뢰 체계 구축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GI의 학습 데이터 신뢰성을 보장하거나, 미확인 데이터의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위험 AI 제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주권 국가의 통제를 초월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초국가적 거버넌스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을 부각시킨다.

보고서 말미에서는 SIGN의 경제적 가치와 향후 성장 여력도 언급됐다. SIGN의 현재 FDV(완전 희석 시가총액)는 약 7억 달러로, USDC 발행사 Circle의 시가총액과 비교 시 40배 이상의 성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원 리서치는 SIGN이 Circle과 유사하게 온체인화된 국가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십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SIGN은 혁명을 외치는 상징적 기술이 아닌, 국가와 공존하면서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디지털화해가는 실용적 해법이다. 금융을 넘어서 인증과 거버넌스까지 온체인화하려는 이 시도는,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탈중앙화를 넘어 거버넌스의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시대의 주권, 인증, 자산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SIGN의 실험은, 향후 범지구적 거버넌스 체계의 모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