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선물의 시대 끝나나”...카이코 리서치, 암호화폐 옵션 전략 확대 진단

| 이도현 기자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 재확산과 함께 투자자들의 헷징 전략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무기한 선물에 집중되었던 거래 구조에서 옵션 채택이 확대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비트코인(BTC)이라는 대표 자산이 등장한 이후 한결같이 존재해왔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0월 10일 발생한 급락은 실현 변동성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러한 급등락은 시장 참여자들이 리스크 헷징의 방안으로 무기한 선물과 옵션을 모두 다시 주목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이코 리서치는 해당 보고서에서 무기한 선물이 여전히 거래량 측면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리스크와 시스템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무기한 선물은 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약 68%를 차지하며, 비트코인 미결제약정 규모는 35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Bybit 거래소에서는 10월 10일 하루에만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 거래량이 15억 달러에서 35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펀딩 비율 역시 해당 시점에서 음수로 전환되며, 숏 포지션에 대한 압도적인 수요를 반영했다. 하지만 극단적 시장 충격 속에서는 수익성을 가리지 않고 자동 디레버리징이 가동되고, 이는 수익이 나던 포지션도 강제 청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카이코 리서치는 이를 두고 “무기한 선물이 충분히 견고한 헷징 수단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대조적으로, 옵션은 보다 정교하고 비선형적인 헷징 전략을 가능케 한다. 카이코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0일 폭락 직후 비트코인 옵션 거래량이 급등했으며, 특히 8만 달러 이하 행사가 풋옵션 계약에서만 약 7억 달러가 거래됐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극단적 하락에 대응해 옵션을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후 2주간의 데이터에서도 10만 달러 미만 행사가에서 30억 달러 이상의 누적 옵션 거래량이 기록되며, 헷징 수단으로서 옵션의 매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충격 대응을 넘어서 헷징 전략의 장기적 재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옵션은 복잡성을 이유로 소매 투자자 접근성이 낮지만, 극단적 시장 움직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인지하기 쉽지만, 레버리지 한계와 자동 디레버리징 리스크로 인해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수단이 더 적절한 헷징 도구인지는 투자자의 노출 수준과 리스크 관리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카이코는 “무기한 선물은 유동성과 단순함이 강점이지만, 옵션은 더 나은 tail risk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트레이더들이 보다 복합적인 전략과 도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포지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